산업 / 뷰티
뷰티 경계 허문 '하이브리드 제품'이 시장 키운다
메이크업·선케어·헤어·웰니스 융합… 기능과 감성 함께 제공해야뷰티 시장의 성장 기회가 서로 다른 영역이 맞닿는 지점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 제품 수를 늘리기보다는 하나의 제품에서 즉각적인 효과와 장기적인 관리, 편리한 사용 경험까지 함께 기대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다.뷰티스트림즈 황세진 사업개발이사는 3일 인코스메틱스 코리아 K-뷰티 존 E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하이브리드 뷰티 시장의 변화를 진단했다. 퍼스널 케어 원료 전문 전시회인 인코스메틱스 코리아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글로벌 뷰티·화장품 전시회 인터참코리아와 동시에 개최됐다.뷰티스트림즈가 2026~2029년 시장을 이끌 흐름으로 제시한 5대 뷰티 무브먼트 가운데 하나인 ‘카테고리 컨버전스’는 기존 뷰티 카테고리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기능과 사용 목적이 결합하는 현상을 뜻한다.황 이사는 “앞으로 뷰티 산업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회는 카테고리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며 “선크림은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헤어 오일은 스타일링과 보호, 손상 케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시간 절약하는 똑똑한 제품 원해 카테고리 융합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소비 방식의 변화가 있다. 소비자는 복잡한 루틴을 줄이려 하지만 효능을 포기하려 하지는 않는다. 경제적 부담이 커질수록 가격에 상응하는 실질적 가치도 더 꼼꼼히 따진다. 뷰티와 건강, 기분, 스트레스, 피부와 모발 관리 역시 별개의 문제로 보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황 이사는 “소비자들은 단순히 더 많은 제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똑똑한 제품을 원한다”며 “시간을 절약하고 루틴을 간소화하면서도 가격 대비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기대한다”고 말했다.더 벤치마킹 컴퍼니의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뷰티 소비자 67%는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거나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제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한다’고 답했다. 멀티기능 제품이 일부 소비자의 선택을 넘어 일반적인 구매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대표적인 흐름은 ‘컬러피케이션 오브 케어(Colorfication of Care)’다. 스킨케어나 헤어케어에 색상 또는 효과 안료를 적용해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변화를 주면서 관리 기능까지 결합하는 방식이다. 틴티드 선케어는 자외선 차단과 피부 톤 보정, 잡티 커버, 베이스 메이크업 역할을 한 제품 안에 담는다. 컬러 디포지팅 헤어 컨디셔너는 염색 모발의 색을 유지하면서 컨디셔닝까지 제공한다.이는 메이크업의 즉각적 표현과 케어 제품의 장기적 효능이 합쳐지는 과정이다.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을 선호하면서도 루틴을 줄이고 싶은 소비자, 잦은 염색 과정 없이 모발 색상을 관리하려는 수요가 제품 구조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기능에 향과 사용감 더해 감정까지 설계융합의 범위는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컬러 미츠 프래그런스(Color Meets Fragrance)’는 색이 전달하는 감정과 향이 만드는 기억을 함께 설계하는 접근이다. 황 이사는 메이크업에서 허브티, 달콤한 디저트, 과일 등 식음료에서 영감을 받은 향을 활용하고, 헤어 컬러에는 우디·스파이시·머스크 계열 향을 접목하는 방식을 제시했다.황 이사는 “향은 더 이상 제품의 부가 속성이 아니라 컬러가 전달하는 감성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수단”이라며 “소비자가 제품을 몇 초 안에 감각적이고 감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 바이럴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브라질 틱톡에선 음식에서 연상되는 맛과 향, 시각적 패키지를 결합한 립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마리 마리아 메이크업(Mari Maria Makeup)의 ‘립 주스’, 데토니 뷰티(Detoni Beauty)의 ‘플럼핑 버터 밤’, 브라질 전통 옥수수 음식에서 착안한 달라(Dalla)의 ‘립 오일 파모냐’처럼 컬러와 보습 기능에 음식에서 연상되는 맛과 향, 시각적 패키지를 결합한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컬러와 글로스, 보습 기능에 감각적 재미를 더해 제품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 것이다.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선케어 제품 시장이 2025년 176억 달러에서 2026년 193억 달러, 2031년 306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9.66%에 이른다.시장이 커지는 만큼 소비자 요구도 세분화되고 있다. 높은 차단 지수만으로는 부족하다. 가벼운 사용감, 백탁 없는 마무리, 스킨케어 효능, 메이크업과의 조화까지 갖춰야 매일 사용하는 제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럼, 젤 투 워터, 오일 투 밀크, 미스트 등 제형이 다양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황 이사는 “앞으로 소비자는 어떤 선크림을 살 것인지보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제형이 맞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퇴근에는 가벼운 세럼, 운동에는 워터프루프 제품을 선택하는 식으로 선케어가 개인화된 카테고리로 발전할 것이란 전망이다.선케어의 적용 범위는 얼굴과 바디를 넘어 모발까지 넓어지고 있다. 자외선이 두피와 모발 건조, 염색 색상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SPF 기능을 내세운 헤어 미스트와 보호 오일이 등장했다. 선케어가 피부 보호 제품에서 환경 요인에 대응하는 종합 관리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클리니컬·롱제비티, 장기 관리 축으로즉각적인 효과를 내세우는 제품이 늘어나는 한편, 장기적인 건강과 회복을 목표로 한 융합도 확대되고 있다. ‘뷰티 겟츠 클리니컬(Beauty Gets Clinical)’은 에스테틱 시술과 바이오테크의 개념을 홈 디바이스와 화장품에 적용하는 움직임이다. PDRN과 NAD+처럼 재생과 회복, 롱제비티를 강조하는 성분이 주목받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보그 비즈니스 데이터에 따르면 소비자의 68%는 ‘일시적 개선을 넘어 장기적인 효과를 제공하는 과학 기반의 제품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황 이사는 “모든 브랜드가 유전학이나 후성유전학 같은 전문 용어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소비자가 장기적이고 과학적으로 진전된 솔루션에 관심을 보인다는 신호에 가깝다는 것이다.그는 “제품 메시지가 클리니컬할수록 브랜드는 더욱 책임감 있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며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과도한 약속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홀리스틱 롱제비티(Holistic Longevity)’도 뷰티와 건`강, 기능식품, 웰니스를 연결하는 키워드다. 딥 놀리지 그룹은 2026년 글로벌 롱제비티 경제가 33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생물학적 나이를 확인하는 검사 서비스, 피부의 건강과 탄력을 오래 유지하는 스킨 롱제비티 제품, 세포 건강을 겨냥한 이너뷰티, 진단·예방·에스테틱을 함께 제공하는 롱제비티 클리닉 등이 사례로 제시됐다.헤어 스타일링도 관리 기능을 흡수하고 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헤어 스타일링 제품 시장은 2024~2032년 연평균 5.7% 성장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는 스타일 고정뿐 아니라 열 손상 보호, 부드러움, 윤기, 탄력, 가벼운 사용감까지 함께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타일링 제품도 일시적인 연출 도구에서 모발 건강을 유지하는 관리 제품으로 변모하고 있다.황 이사는 “뷰티 산업은 하이브리드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며 “앞으로 성공하는 브랜드는 단순히 더 많은 제품을 출시하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이해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혜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