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약학] <125> GLP-1 유사체와 피임약
GLP-1 유사체와 피임약 “약사님, Y에게 쓸 수 있는 피임약을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Y의 일차의료제공자가 나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Y는 내가 약 3주전에 비만치료에 대한 일차의료제공자의 협진의뢰로 만난 환자다. 19세의 여성환자 (내가 처음으로 협진의뢰를 받은 20대 미만의 환자였다)인 Y는 첫 방문때 어머니와 함께 왔다. 딸이 어렸을 때부터 우울증, 섭식장애 (eating disorder) 등 여러 질환을 앓아와서 어머니는 근심어린 표정이었지만 Y는 밝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첫 방문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첫 방문의 목적은 비만치료제를 바꾸는 것이었다. Y는 우울증과 섭식장애 등으로 인해 체질량지수 (body mass index)가 36으로 비만군에 속하였다. 그래서, 이를 치료하고자 일차의료제공자는 위고비 (Weagovy;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라는 약을 처방했다. 그런데, 이 약은 너무 인기가 많아서 약국에 재고가 남아 있지 않았다. 위고비의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약으로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삭센다 (Saxenda; 성분명: 리라글루티드, liraglutide)이고 다른 하나는 젭바운드 (Zepbound; 성분명: 터제파다이드, tirzepatide)이다. 이 중 젭바운드가 체중 감소 효과가 더 뛰어나기 때문에 난 젭바운드를 처방했다. 그런데, Y가 가진 보험은 비만치료제 중에서 위고비만을 급여품목으로 지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Y의 보험사에게 사전승인 (prior authorization)을 요청해야 했다. 즉, 현재 위고비를 약국에서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젭바운드를 쓸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서면으로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다. 다행히, Y의 보험은 내 요청을 받아들여 Y는 젭바운드를 3주전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피임약에 대한 일차의료제공자의 질문에 대해서 난 일단 환자에게 좀 더 정보를 얻은 다음 답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일차의료제공자님, Y가 다음 주에 저와 재진 약속이 있습니다. 그 때, 제가 만나보고 알려드려도 될까요?” 1주 뒤 찾아온 Y는 체중이 벌써 2 kg 줄었다고 알려주었다. 젭바운드를 시작한 다음 처음에는 약간 메슥거렸지만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식욕이 줄어들고 식사를 시작한 뒤 곧 포만감을 느껴 음식의 섭취량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약으로 바라던 효과를 얻게 되어 Y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 약사님. 젭바운드를 시작한 다음, 생리를 시작했어요. 그전에는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어서 생리가 없었는데…” 터제파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등은 모두 GLP-1 유사체라 불린다 (터제파타이드는 GIP 유사체이기도 하다). GLP-1 유사체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체중과 혈당을 떨어뜨리는 데 이 중 하나가 위장관의 운동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것이다. 위장관의 운동속도가 느려지면 음식의 흡수가 지연되어 평소보다 적은 양의 영양분이 흡수된다. 이 영양분에는 혈당을 높이는 탄수화물도 포함되어 있으니 혈당이 떨어진다. 또, 평소보다 적은 양의 영양분이 흡수되니 살도 빠지게 된다. 뿐만 아니다. 위장관 운동속도가 느려지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평소보다 적은 양의 음식을 먹게 된다. 적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게 되니 혈당이 낮아지고 살도 빠지게 된다. 이처럼 GLP-1 유사체에 의한 위장관 운동속도의 지연효과는 영양분의 흡수를 줄이고 음식의 섭취량을 줄여 혈당과 체중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런데, 위장관 운동속도가 느려지면 영양분의 흡수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다른 경구용 약의 흡수도 줄어들 수 있다. 특히, 피임약은 흡수가 줄어드면 피임이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FDA는 터제파타이드를 시작하거나 용량을 바꿀 때 비경구용 피임약을 사용하든지 콘돔같은 방법을 함께 병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연구에 의하면 터제파타이드는 경구용 피임약의 흡수정도를 20% 감소시켰다. 그런데, 다른 GLP-1 유사체들, 예를 들면, 세마글루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둘라굴루타이드는 경구용 피임약의 흡수정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GLP-1 유사체의 종류에 따라 경구용 피임약의 흡수 정도가 달라지는 이유는 현재 뚜렷하지 않다. 중요한 점은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분들이 터제파타이드를 비만치료제 (상품명:젭바운드)나 당뇨병 치료제 (상품명: 마운자로)로 사용하는 경우, 다른 종류의 피임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GLP-1 유사체를 사용하는 경우, 경구용 피임약을 사용해도 괜찮다. “젭바운드는 위장관의 운동속도를 느리게 하기 때문에 경구용 피임약의 흡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리가 다시 시작된 것이고요.”“저는 생리를 하고 싶지 않아 피임약이 필요해요. 제가 찾아보았는데 데포 프로베라라는 주사 피임약이 있던데요. 괜찮을까요?” 주사용 피임약인 데포 프로베라 (Depot Provera: 성분명, medroxyprogesterone)은 3개월에 한 번씩 근육주사한다. “네, 데포 프로베라는 젭바운드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위장관으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피부를 통해 흡수되니까요. 일차의료제공자에게 데포 프로베라 처방을 내 달라고 요청하겠습니다.” <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4-09-24 11:33 |
[약대·약학] <124> 리벨서스(Rybelsus)정, 어떻게 복용해야 할까?
리벨서스(Rybelsus)정, 어떻게 복용해야 할까? “오래간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T는 내가 2년전까지 당뇨병 치료를 도와주던 50대의 여성 환자이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된 T는 재진 약속에 나타나지 않았다. 내 클리닉은 환자가 연속으로 두 번이상 재진 약속에 나타나지 않으면 더 이상 재진 약속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2년동안 나는 그를 잊고 있었는데 T의 1차의료제공자의 협진의뢰로 오늘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복용하는 약을 모두 가져오셨나요?”“네.” T가 내게 약이 든 가방을 건내준다. 가방을 열어보니 약병들과 함께 메디세트 (mediset)가 들어 있다. 메디세트는 환자가 약을 아침, 점심, 저녁 등 복용시간에 맞춰 복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다. 보통 일주일치 약을 환자가 넣도록 되어 있어서 총 21개의 플라스틱 박스로 이루어져 있다. 메디 세트 © 약업신문 환자가 메디세트를 가지고 오면 나는 메디세트 박스들을 모두 열어 본다. 환자들이 제대로 복용시간에 맞춰 약을 넣어 두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T처럼 영어를 읽을 수 없으면서 많은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메디세트에 약을 넣을 때 실수하기 쉽다. 약병의 라벨은 복약지시 사항이 영어로 쓰여져 있고 복용하는 약의 가지 수가 많으면 헷갈리기 쉽기 때문이다(나도 가끔 혼동된다). 또, 메디세트의 박스를 확인하면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월요일마다 메디세트에 약을 넣어 두는 환자가 금요일에 내클리닉을 방문했는데 수요일 박스에 약이 아직도 있으면 그날 약복용을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는 약병들과 함께 메디세트도 꼭 확인해 본다. T의 메디세트를 살펴보니 복용하는 약들이 모두 처방대로 넣어져 있었다. 그리고, 적어도 이번주에는 약 복용을 잊은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한개 약이 눈에 띄였다. “아침 박스에 들어 있는 리벨서스에 대해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이 약을 아침박스에 같이 들어 있는 다른 약들, 즉, 메트포민(metformin), 엠파글리플로진(empagliflozin), 글리피지드(glipizide), 베나제프릴(benazepril), 레보티록신(levothyroxine)과 함께 복용하시나요?”“네. 아침 먹기 전에 모두 함께 복용합니다.”“아, 그렇시군요. 그런데, 이 약은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하면 안 됩니다.” 리벨서스(Rybelsus)는 일반명이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인 약을 경구용으로 복용할 수 있도록 만든 약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펩디드 (peptide)이다. 일반적으로 펩티드를 경구로 복용하면 위에서 위산과 펩신 (pepsin)이라는 효소의 작용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흡수되지 않는다. 그래서 세마글루타이드는 원래 피하주사제로 개발되었다 (상품명; 오젬픽, 위고비). 세마글루타이드 피하주사제는 1주일에 한 번만 주사하면 되지만 경구용보다 복용 및 보관 편의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흡수촉진제를 이용하여 세마글루타이드를 경구로 복용할 수 있도록 만든 약이 리벨서스인 것이다. 리벨서스에는 세마글루타이드와 스낵(SNAC; sodium N-(8-(2-hydroxybenzoyl)amino) caprylate)라 불리는 흡수촉진제가 함께 들어있다. 이 흡수촉진제는 위에서 국소적으로 pH를 높여 세마글루타이드가 위산과 펩신에 의해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해 준다. 또, 여러개로 뭉쳐 있는 세마글루타이드 분자들을 하나씩 떨어지도록 도와주고 이들이 위세포막을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하여 세마글루타이드의 흡수를 촉진시킨다. 즉, 스낵은 세마글루타이드를 보호하면서 빨리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데, 스낵의 도움에 의해 흡수되는 세마글루타이드는 극소량에 불과하다. 주사 투여와 비교할 때 고작 약 1%만이 흡수될 뿐이다. 이처럼 흡수되는 양이 아주 적기 때문에 리벨서스는 흡수량을 최대화시킬 수 있도록 복용해야 한다. 리벨서스를 음식이나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할 경우 흡수되는 양이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리벨서스는 아침 식사 적어도 30분전에 복용해야 한다. 만약 다른 약들을 아침 식사전에 복용한다면 이들보다 적어도 30분전에 복용해야 한다. 리벨서스는 일부 약의 흡수를 촉진시킬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제인 레보티록신이 대표적이다. 즉, 리벨서스는 레보티록신이 흡수되는 정도를 33% 높일 수 있다. 레보티록신은 음식에 의해 흡수가 저하될 수 있으므로 아침 식사 적어도 30분전에 복용한다. T처럼 리벨서스와 레보티록신를 처방받은 환자는 리벨서스 복용 후 적어도 30분이 지난 다음 레보티록신을 복용해야 하며 아침식사는 레보티록신 복용 후 적어도 30분이 지나야 할 수 있다. 즉, 리벨서스를 아침식사 적어도 한 시간전에 복용해야 하는 것이다. 리벨서스의 흡수량은 복용할 때 마시는 물의 양에도 영향을 받는다. 한 연구에 의하면, 50ml의 물과 함께 복용할 때 240ml에 비해 리벨서스의 흡수정도가 66% 더 높았다. 즉, 물의 양이 적을수록 흡수가 더 많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FDA는 리벨서스를 복용할 때 물의 양이 120 ml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50ml이 아닌 120ml이 된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일반적인 계량컵 한 컵 분량이 240 ml이므로 쉽게 기억하기 위해 반 컵인 120 ml를 쓴 것으로 보인다). “Ms. T, 리벨서스를 적어도 아침식사 한 시간 전에 반 컵의 물과 함께 복용하십시요. 그리고, 리벨서스를 복용하고 30분이 지난 다음, 아침에 복용하는 다른 약들을 복용하세요. 아침식사는 이 약들을 복용하고 30분이 지난 뒤 하시고요.”“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리벨서스는 아예 메디세트에서 빼 내야겠네요.”“저도 동의합니다. 병에 두고 꺼내 복용하시는 것이 덜 혼동될 것 같습니다.”“고맙습니다. 내일 아침부터 30분 더 일찍 일어나야겠어요!” <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4-08-14 09:23 |
[약대·약학] <123> 전공의 파업과 전문직업성 (Professionalism)
전공의 파업과 전문직업성 (Professionalism)다음에 소개되는 내용은 필자가 2024년 4월 우리나라의 한 약학대학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 을 바탕으로 재정리한 것이다 <편집자>학생 여러분, 다음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된 Professionalism 에 대해서 입니다. Professionalism은 우리말로 전문직업성으로 번역되는데, 건강관련 전문직종 에 따라 약사 직업전문성, 의사 전문직업성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Professionalism은 여러 건강관련 전문직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이므로 제 강의에서는 직종을 빼고 그냥 전문직업성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겠습니다.전문직업성이란 무엇일까요? 미국에서 소화기내과 전문의, 안과 전문의 등의 전문의 인증을 주관하는 미국 전문의 상임위원회(American Board of Medical Specialties)는 전문직업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A belief system that serves as both a moral compass and operational framework for the organization and delivery of medical care.”이를 번역해 보도록 하죠. 일단, 전문직업성은 신념의 체계(belief system)입니다. 즉, 모든 건강관련 전문직업인들에게 요구되는 신념에 관한 것입니다. 이 신념은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serves as both). 첫째는 도덕적 나침반(moral compass) 역할입니다. 우리가 건강관련 전문직업인으로 일을 하면서 여러가지 도덕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이익과 환자의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도 이에 속합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전문직업성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를 알려주기에 도덕적 나침반이 되는 것입니다. 두번째 역할은 의료(medical care)를 조성하고 제공(organization and delivery)하는 것에 관련된 운영의 틀(operational framework)입니다. 그 이유는 아래 설명하겠지만, 환자 최우선, 환자 자율성, 사회 정의라는 전문직업성의 세가지 원칙이 의료를 조성하고 제공할 때 이를 운영하는 기본틀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직업성은 우리가 건강관련 전문직업인으로서 어떤 선택과 행위를 해야 할 때 방향과 틀을 정해 주는 것입니다.미국 전문의 상임위원회는 전문직업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연하고 있습니다.“Professionalism is rooted in values that prioritize patient well-being and instill public confidence.”즉, 전문직업성은 환자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하고 대중에게 신뢰를 주는 가치에 기반합니다. 다시 말하면, 건강관련 전문직업인으로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안녕과 대중으로부터의 신뢰라는 것입니다. 환자의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건강관련 전문직업인으로서 우리의 역할입니다. 따라서 환자가 없으면 우리의 직역도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데 환자가 우리의 치료와 조언을 따르는 이유는 우리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환자의 신뢰가 없으면 우리는 건강관련 전문직업인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하고 대중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 전문의 상임위원회는 전문직업성이 의학과 사회와의 계약에 근간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Professionalism is the basis of medicine’s contract with society). 우리는 건강관련 전문직업인로서 사회와 일종의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즉, 사회는 우리가 환자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대중에게 신뢰를 주는 행위를 기대하고, 그 댓가로 우리에게 독점적으로 일할 있는 면허를 주고 일정한 수입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계약인 셈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전문직업성을 따르지 않으면 이 계약은 깨지게 되는, 다시 말하면, 사회가 우리에게 면허를 주고 일정한 수입을 보장할 근거가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가 전문직업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는 환자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입니다(Principle of primacy of patient welfare).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원칙은 우리의 이익과 환자의 이익이 상충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이 원칙은 우리가 직업적으로 하는 거의 모든 일에 적용됩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열심히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이유는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환자를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학교를 졸업하고 수련을 마친 다음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연마해야 하는 이유도 환자의 안녕 때문입니다. 또, 예를 들어 동료가 환자에게 성추행을 했을 때, 사법당국의 처벌과 별도로 우리가 조직 내부에서 따로 징계를 내려야 하는 것도 이 원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원칙은 환자의 자율성입니다(Principle of patient autonomy). 이 원칙은 환자를 대할 때 우리가 지시하는 것을 따르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사결정권이 있는 인격체로 존중 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환자에게 “이 약을 드세요” 라고 지시할 수 있지만 복용을 결정하는 사람은 결국 환자 자신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역할은 우리가 가진 전문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가장 이익이라고 판단되는 치료법을 권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환자의 결정을 돕기 위해 우리 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세번째 원칙은 사회 정의입니다(Principle of social justice). 건강관련 전문직업인으로서 우리 는 의료자원을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사회에서 소외받거나 가난한 분들은 그렇지 않은 분들에 비해 필요한 의료자원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아파서 의사를 만나야 하면 직장인 학교에 이야기하고 잠시 병원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만, 제가 클리닉에서 돌보는 저소득층 환자들은 저처럼 쉽게 일터에서 빠져나와 병원에 오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임금에 손해를 보거나 심한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분들을 위해 우리의 지식과 기술이 적절히 쓰여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와 같이 전문직업성의 세가지 원칙 - 환자 최우선의 원칙, 환자 자율성의 원칙, 사회 공정의 원칙은 우리가 건강관련 전문직역에 종사하는 한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 원칙들을 매사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대중으로부터 신뢰에 금이 가고 우리 직역이 존립할 근거를 잃게 됩니다. 이처럼 전문직업성이 직역의 존립에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의 건강관련 직업학교들, 즉, 약대, 의대, 치대 등은 전문직업성을 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학교 약대는 학생들이 입학할 때부터 전문직업성을 강조하고 학생들 평가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료계의 예를 들면 전공의들(residents)은 수련과정 동안 여섯 개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ies)에 대해 평가를 받는데 그 중 하나가 전문직업성입니다. 다시 말하면 전문직업성은 의사의 핵심역량 중 하나인 것입니 다. 그래서 미국의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을 인증하는 졸업 후 의학교육을 위한 인증위원회(Accredi- 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ACGME)는 전공의들이 수련기간 내내 자신의 이익보다 환자들의 필요를 우선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patient needs supercede a resident’s self-interest”). 만약 전공의가 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 전공의는 수련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수련 프로그램에 속한 다수의 전공의들이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가령, 업무 인수 인계도 제대로 해 놓지 않고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수련 프로그램을 갑자기 떠나는 행위 등이 벌어지면 그 수련 프로그램은 ACMGE로부터 인증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 수련프로그램은 전공의를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전문직업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동안 이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령, 2007년 의학신문에 게재된 “의사의 전문직업성 -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라는 글은 지식 중심의 교육을 반성하고 전문인으로 갖추어야 할 태도와 행동양식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 하고 있습니다“특히 의학교육에서 전문직업의 투철한 윤리성을 가르치지 못한 점, 사회참여에 자발적이고 솔선수 범할 수 있는 리더십 교육을 하지 못한 점, 의사 환자 관계를 위한 적절한 의사소통 교육을 하지 못한 점 등은 공통적으로 지적이 되고 있다. 이는 결국 그 동안의 의학교육이 의학지식을 전달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의사가 전문인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태도와 행동양식에 대한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 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미루어 볼 때 안타깝게도 전문직업성 교육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학생 여러분, 전문직업성은 우리가 건강관련 전문직업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이를 지키는 것은 여러분이 돌보게 될 환자를 위해서이지만 여러분이 선택한 직역의 존립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앞서 강조드렸듯이, 전문직업성을 잃으면 우리는 우리의 직역도 잃게 되니까요.열심히 공부하셔서 전문직업성을 잘 갖춘 좋은 약사가 되시기 바랍니다. <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4-07-23 09:50 |
[약대·약학] <122> 복약지도와 의약품 상담을 위한 코너: GLP-1유사체 (2)
복약지도와 의약품 상담을 위한 코너: GLP-1 유사체 (2) 당뇨병 치료제로 많이 쓰이고 있는 GLP-1 (glucagon-like peptide-1; 글루카곤 유사 펩디드–1) GLP-1 유사체에 대해 환자가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하여 문답식으로 정리하였습니다. 4. GLP-1 유사체는 당뇨병 환자의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줄여 주나요?현재 시판되고 있는 GLP-1 유사체들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당뇨병 환자들에게 심근경색이나 뇌경색과 같은 심각한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위험을 검증받았습니다. 이 임상시험들에서 지속성 GLP-1 유사체들인 리라글루티드, 세마글루타이드. 알비글루티드, 둘라글루타이드는 심순환기 질환 병력이 있거나 고령, 고혈압 등 이에 대한 여러 위험 인자들이 있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등의 심순환기 질환이 다시 일어나거나 새로 일어나는 위험을 약 10-20% 정도 감소시켰습니다. 5. GLP-1 유사체는 당뇨병 환자의 신장질환의 위험을 줄여주나요?리라글루티드, 세마글루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등은 임상시험에서 심근경색 등 심각한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들이 신장질환을 앓을 위험을 낮추어 주었습니다. 특히, 신장이 망가져서 과량의 단백질을 오줌으로 내 보내는 단백뇨가 발생할 위험을 줄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임상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는 당뇨병과 만성신장질환을 모두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 신장보호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6. GLP-1 유사체는 어떤 당뇨병 환자들에게 사용되나요?GLP-1 유사체는 다음과 같은 당뇨병 환자에게 권장되고 있습니다. 심근경색 등 심순환기 질환을 앓았거나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높은 환자만성 신장질환 환자체중 감소가 필요한 환자저혈당의 위험이 높은 환자 물론, GLP-1 유사체를 시작하기 전에 메트포민 (metformin)을 시작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그 이유는 메트포민도 심순환기 질환 예방효과가 있고 GLP-1 유사체보다 훨씬 싸기 때문입니다. 7. GLP-1 유사체의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GLP-1 유사체의 부작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부작용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를 빨리 만나시기를 권합니다. 1) 구토, 메스꺼움, 설사임상시험에서 가장 흔하게 보고된 GLP-1 유사체의 부작용은 구토, 메스꺼움, 설사 등 위장관 부작용입니다. 구토와 메스꺼움은 특히 속효성 GLP-1 유사체에게 흔하고 설사는 지속성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이런 위장관 부작용이 나타나는 이유는 GLP-1 유사체들이, 특히 속효성 GLP-1 유사체들이 위장관 운동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은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서 천천히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보통 허가받은 제일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서 1주일 정도 관찰한 뒤 위장관 부작용이 없거나 줄어들면 다음 용량으로 증가시킵니다. 또, 다량의 음식을 한번에 섭취하는 것보다 소량의 식사를 자주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췌장염와 췌장암GLP-1이 췌장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GLP-1 유사체가 췌장염과 췌장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만 실제로 GLP-1 유사체가 췌장염과 췌장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는지는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GLP-1 유사체가 췌장염과 췌장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당뇨병 치료제가 많이 나와 있으므로 췌장염이나 췌장암의 위험이 높은 분들은 GLP-1 유사체를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췌장염의 위험은 과음, 흡연, 췌장염의 가족력이 있으신 분들에게 높습니다. 췌장암의 위험은 담배를 피우시거나 췌장암 가족력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높습니다. 또, 복용 중 췌장염이나 췌장암의 증상이 있으면 의사를 빨리 만나십시요. 췌장염의 증상으로는 복통, 발열, 구토, 메스꺼움 등이고 췌장암은 체중감소, 등의 통증, 구토, 메스꺼움, 황달 등의 증상을 나타냅니다. 3) 저혈당GLP-1 유사체를 단독으로 쓰거나 메트포민과 사용하는 경우, 저혈당의 위험이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혈당의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권장됩니다). 그런데, GLP-1 유사체를 인슐린 (insulin)이나 글리피지드 (glipizide), 글리부리드 (glyburide) 등의 설포닐우레아 (sulfonylurea), 라파글리니드 (rapaglide)와 같은 글리니드 (glinide)와 같이 사용하면 저혈당의 위험이 증가합니다. 따라서, 이런 약을 사용하는 환자에게 GLP-1 유사체를 시작하는 경우, 일단 인슐린, 설포닐 우레아, 글리니드 등의 용량을 줄이는 것이 안전한 방법입니다. 이 후 혈당이 어떻게 조절되느냐에 따라 이 약들의 용량을 다시 증가시킵니다. 저혈당의 증상은 심한 배고픔 (허기), 기운 없음, 빈맥, 식은 땀, 정신 혼미 등입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사탕, 설탕과 같은 당분을 섭취하셔야 합니다. 4) 갑상선암GLP-1 유사체들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갑상선 암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GLP-1 유사체들이 사람에게서 갑상선 암 (정확하게는 thyroid medullary caner)을 일으키는 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갑상선 암을 앓았거나 갑상선 암의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GLP-1 유사체를 쓰지 않아야 합니다. 갑상선 암은 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통증이 발생하고 목소리가 변하며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것과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8. GLP-1 유사체을 시작하기 전과 후에 어떤 검사들을 받아야 할까요?GLP-1 유사체를 복용하시는 분들은 헤모글로빈 당화혈색소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헤모글로빈 당화혈색소는 GLP-1 유사체가 혈당을 낮추는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GLP-1 유사체을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시작하고 나서 3개월 뒤에 다시 측정합니다. 9. GLP-1 유사체을 얼마나 오래 사용해야 할까요?당뇨병은 만성 질환이므로 GLP-1 유사체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한, 계속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 GLP-1 유사체는 혈당 조절에 필요한 인슐린의 양을 줄여 주기 때문에 인슐린을 사용하는 환자들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0. GLP-1 유사체을 하루 중 언제 주사하는 것이 좋을까요?속효성 GLP-1 유사체는 식후 혈당을 떨어뜨리는 데 유용하기 때문에 식전에 주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속성 GLP-1 유사체는 하루 종일 또는 일주일 내내 작용하기 때문에 식사시간에 관계없이 본인이 가장 기억하기 쉬운 시간에 주사하십시요. 리라글루티드는 하루에 한 번, 세마글루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터제파타이드는 일주일에 한 번 주사하시면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주사하는 약의 경우, 매주 같은 요일에 주사합니다. 만약 주사하는 요일을 바꾸고 싶은 경우, 마지막으로 주사한 다음 적어도 3일은 지난 후의 요일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일요일에 주사하시던 분은 수요일 또는 그 이후로 바꾸실 수 있습니다. 인슐린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 GLP-1 유사체를 인슐린과 섞어서 주사하실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슐린과 GLP-1 유사체는 서로 따로따로 주사해야 합니다. GLP-1 유사체를 인슐린과 같은 부위, 예를 들면, 배에 주사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곳에 주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인슐린을 오른쪽 배에 주사하면 GLP-1 유사체는 왼쪽 배에 주사합니다. 11. 함께 복용할때 GLP-1 유사체에 의한 효과를 줄이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는 약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앞서 설명드렸듯이 모든 GLP-1 유사체는 인슐린, 설포닐우레아, 글리니드와 함께 사용하는 경우 저혈당의 위험이 증가합니다. 또, 터제파타이드는 경구용 피임약의 피임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다른 피임방법을 써야 합니다. 12. GLP-1 유사체는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요?GLP-1 유사체는 원칙적으로 냉장보관해야 합니다. 상온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간동안 보관할 수 있습니다.GLP-1 유사체최대 상온 보관기간엑세나타이드바이에타: 28일리라글루티드30일둘라글루타이드14일세마글루타이드56일터제파타이드21일<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4-06-24 18:02 |
[약대·약학] <121> 복약지도와 의약품 상담을 위한 코너: GLP-1유사체 (1)
복약지도와 의약품 상담을 위한 코너: GLP-1유사체 (1)당뇨병 치료제로 많이 쓰이고 있는 GLP-1 (glucagon-like peptide-1; 글루카곤 유사 펩디드–1) GLP-1 유사체에 대해 환자가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하여 문답식으로 정리하였다.<편집자>1. GLP-1 유사체는 어떻게 혈당을 떨어뜨리나요?GLP-1 유사체는 GLP-1이라는 호르몬과 동일한 작용을 하여 혈당을 떨어뜨립니다. GLP-1은 glucagon-like peptide-1의 약자로 글루카곤과 비슷한 펩티드라는 뜻입니다 (펩티드는 아미노산이 두 개 이상으로 구성된 물질로 단백질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이 호르몬은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위장관에서 분비되어 여러 가지 작용을 합니다. 이 호르몬은 위장관에서 분비된 후 금방 분해되기 때문에 작용시간이 5~10분 정도로 아주 짧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GLP-1 유사체는 GLP-1 호르몬의 구조를 변형시켜 GLP-1 호르몬의 작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작용시간을 길게 만든 약들입니다. 다시 말하면, GLP-1 호르몬의 구조를 변형시켜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GLP-1 유사체를 투여하는 것은 작용시간을 길게 만든 GLP-1 호르몬을 몸 안으로 더 넣어 주는 것과 같습니다. GLP-1이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이 호르몬은 췌장에 직접 작용하여 인슐린의 분비를 늘립니다. 인슐린은 혈당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므로 인슐린의 분비가 늘어나면 혈당이 떨어지게 되겠지요. 둘째, GLP-1은 위장관의 운동을 느리게 만듭니다. 위장관의 운동이 느려지면 포도당이 천천히 흡수되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또 위장관의 운동이 느려지면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 양도 줍니다. 음식을 먹는 양이 줄면 섭취한 탄수화물의 양이 줄므로 혈당이 많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탄수화물은 포도당 등 여러가지 당류로 이루어진 물질로 쌀, 감자, 과일 등에 많습니다). 세째, GLP-1은 뇌에 작용하여 포만감을 느끼게 합니다. 배가 부른 느낌을 갖게 되니 음식물 섭취를 줄이겠지요. 이와 같이 GLP-1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위장관 운동을 느리게 하며 포만감을 느끼게 하여 혈당을 떨어뜨립니다.GLP-1 유사체 중 터제파타이드 (tirzepatide)와 같이 GLP-1 외에 GIP (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라는 위장관 호르몬의 작용도 함께 일으키는 약도 있습니다. GIP는 GLP-1처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지만 위장관의 운동을 느리게 하거나 포만감을 느끼게 만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2. GLP-1 유사체는 혈중 헤모글로빈 당화수치 (hemoglobin A1c)를 얼마나 떨어뜨리나요?일반적으로 GLP-1 유사체는 단독 또는 다른 당뇨병약과 함께 투여했을 때 혈중 당화 헤모글로빈 수치를 1~2% 정도 떨어뜨립니다. 그런데, 혈중 당화 헤모글로빈 수치를 떨어뜨리는 정도는 GLP-1 유사체마다 약간씩 다릅니다. 약한 것은 0.6~0.9%, 강한 것은 2% 이상까지 떨어뜨립니다. 일반적으로 약한 GLP-1 유사체는 속효성이며 강한 GLP-1 유사체는 지속성입니다. (속효성과 지속성에 대해서는 아래 3번 GLP-1 유사체의 종류를 참조하세요).3. GLP-1 유사체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종류의 GLP-1 유사체들이 허가받아 사용되고 있습니다. <표>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GLP-1 유사체 (2020년 9월 현재)영문명한글명상품명 (예)작용시간투여 용량과 횟수Exenatide엑세나타이드바이에타속효성5-10 μg 하루 두 번Liraglutide리라글루티드빅토자지속성0.6-1.8 mg 하루 한 번삭센다a지속성0.6-2.4 mg 하루 한 번Dulaglutide둘라글루타이드트루리시티지속성0.75-1.5 mg 일주일에 한 번Semaglutide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지속성0.25-2 mg일주일에 한번위고비a지속성0.25-2.4 mg일주일에 한번리벨서스c지속성3-14 mg하루에 한번Tirzepatide터제파타이드마운자로지속성2.5-15 mg일주일에 한번젭바운드a,b지속성2.5-15 mg일주일에 한번 GLP-1 유사체는 리벨서스를 제외하고 모두 피하 주사로 투여합니다. 이 약들이 주사제인 이유는 이들이 모두 펩티드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펩티드는 위산과 위장관내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어 위장관으로 흡수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리벨서스는 흡수촉진제를 함께 포함하고 있어 경구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GLP-1 유사체를 피하 주사로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투여의 편의를 높이고 투여 실수를 줄이기 위해 투약할 때마다 정해진 양만 투여할 수 있도록 해 놓은 펜 (pen)의 형태로 팔리고 있습니다.GLP-1 유사체는 작용의 지속시간에 따라 속효성과 지속성으로 나뉩니다. 속효성 GLP-1 유사체는 하루 종일 약효가 지속되지 않지만 지속성은 적어도 하루 이상 약효가 지속됩니다. 속효성 GLP-1 유사체로는 상품명이 바이에타인 엑세나타이드가 있고 지속성에는 리라글루티드 (상품명: 빅토자), 둘라글루타이드 (트루리시티), 세마글루타이드 (상품명: 오젬픽), 터제파타이드 (상품명: 마운자로)가 있습니다. GLP-1 유사체의 작용 지속시간은 약효와 부작용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속효성은 투여후 혈당 강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만 오랫동안 작용하지 않습니다. 속효성은 지속성에 비해 위장관 운동을 느리게 하는 효과가 더 큽니다. 따라서, 속효성은 공복 혈당 보다 식후 혈당을 낮추는데 더 효과적입니다. 반면 속효성은 위장관 운동을 느리게 하므로 메스꺼움, 구토 등의 위장관 부작용이 지속성보다 더 심합니다. 지속성은 하루 종일 작용하고 속효성보다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좀 더 많이 촉진하기 때문에 공복혈당을 낮추는데 효과적입니다. 또 지속성은 속효성보다 체중을 줄이는 데에도 좀 더 효과적입니다. 반면, 지속성은 설사 등의 부작용이 속효성에 비해 좀 더 흔합니다.리라글루티드, 세마글루타이드, 터제파타이드는 당뇨병 치료외에도 체중 감소의 적응증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용도로 사용할 때는 당뇨병 치료로 허가받은 것에 비해 상품명과 용량이 좀 다릅니다.그러면, 어떤 GLP-1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공복보다는 식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속효성을 고려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혈당강하 효과, 작용시간, 편의성,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지속성이 속효성보다 좀 더 유리합니다. 그리고,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리라글루티드와 같은 일부 지속성 제품들은 심순환기와 신장 보호 효과도 있습니다. 또, 지속성인 둘라글루타이드 펜은 일회용으로 용량이 미리 정해져 있어 환자가 따로 용량을 맞출 필요가 없고 사용할 때 재현탁시킬 필요가 없어 환자가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GLP1 유사체들이 그동안 개발되어 온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이들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GLP1 유사체 중 제일 먼저 개발된 것은 속효성 엑세나타이드 (exenatide; 영어로는 이그제나타이드로 읽습니다)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엑세나타이드는 원래 힐라 몬스터 (glia monster)라는, 미국과 멕시코에 걸친 소노라 사막 (Sonoran desert)에 사는 도마뱀의 침에서 분리한 것입니다. 즉, 도마뱀 침 속의 성분이 우리 몸에서 만든 GLP-1 보다 혈당 강하 효과가 더 좋고 작용시간도 2~3시간으로 좀 더 오래간다는 것이 발견된 것이지요. 그런데, 속효성 엑세나타이드의 문제는 하루 두 번 맞아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는 것입니다. 또, 위장관 부작용도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작용시간을 늘려 편의성을 높이고 위장관 부작용을 낮추려는 신약들이 개발되었습니다. 엑세나타이드에 라이신 (lysine)이라는 아미노산을 여러 개 더 붙이는 등 엑세나타이드의 구조를 약간 변형시켜 작용시간을 약 8시간으로 늘린 것이 릭시세나타이드 (lixisenatide; 이 약은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판매되고 있지 않습니다)입니다. 비록 릭시세나타이드는 하루 한 번 투여할 수 있지만, 하루 종일 작용하지 않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라글루티드 (liraglutide; 영어로는 리라글루타이드라고 읽습니다)는 릭시세나타이드와는 다른 방법으로 작용시간을 늘린 약입니다. 리라글투티드는 엑세나타이드 구조 대신 우리 몸의 GLP-1 구조를 이용하는 대신 덩치가 큰 알부민을 연결하여 GLP-1을 분해하는 효소가 쉽게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어 높은 것입니다. 또, 리라글루티드를 피하 주사했을 때 알부민은 약이 주사부위의 조직에 오래 붙어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래서. 리라글루티드는 주사하자마자 바로 혈액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사부위 조직에 머물다가 천천히 혈액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 작용시간이 24시간으로 길어집니다.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는 리라글루티드의 구조를 좀 더 변형시켜 작용시간을 더 늘린 약입니다. 이 약은 GLP-1을 분해하는 효소가 작용하기 어렵도록 GLP-1 자체의 구조를 좀 바꾸었습니다. 또. 이 효소가 접근하기 더 어렵도록 알부민을 연결한 부위도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세미글루타이드는 일주일에 한 번만 투여하면 됩니다.둘라글루타이드 (dulaglutide)는 리라글루티드와 세마글루타이드처럼 덩치가 큰 물질을 GLP-1에 연결하여 작용시간을 늘린 것들입니다. 즉, 면역글로불린 (immunoglobulin)을 GLP-1 구조에 연결한 것입니다. 또, GLP-1 구조도 약간 변형시켜 GLP-1을 분해하는 효소가 쉽게 작용하기 어렵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둘라글루타이드는 일주일에 한 번만 투여하면 됩니다.자, 정리를 해 보죠. GLP-1 유사체는 도마뱀의 침에서 분리한 엑세나타이드를 바탕으로 한 것과 우리 몸의 GLP-1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엑세나타이드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는 엑세나타이드와 릭시세나타이드, GLP-1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는 리라글루티드, 세마글루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터제파타이드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시장에 나와있는 엑세나타이드를 바탕으로 한 것들은 속효성입니다. GLP-1 을 바탕으로 한 것들은 알부민이나 면역글로불린 같은 덩치가 큰 물질을 붙이고 GLP-1 자체 구조도 변형시켜 작용시간이 긴 지속성입니다. <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4-05-03 13:35 |
[약대·약학] <120> 복약지도와 의약품 상담을 위한 코너: SGLT2 억제제 (2)
복약지도와 의약품 상담을 위한 코너: SGLT2 억제제 (2)7. SGLT2 억제제는 어떤 당뇨병 환자들에게 사용되나요?SGLT2 억제제는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므로 심근경색, 뇌경색의 병력이 있거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순환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개의 다른 기저 질환과 고령의 당뇨병 환자들에게 유용합니다. 또 SGLT2억제제는 심부전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므로 심부전 등의 병력을 가졌거나 심부전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선택입니다. 뿐만 아니라 SGLT2 억제제는 만성신장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지연시키므로 만성신장질환을 가진 환자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단 SGLT2억제제의 혈당 강하 효과는 신장기능에 비례하므로 신장기능이 너무 떨어져 있는 환자에게 SGLT2억제제는 당뇨병 치료제로서 또 신장기능보호제로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SGLT2억제제는 체중을 줄이고 저혈당의 위험이 낮으므로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높지 않은 당뇨병 환자들 중 저혈당의 위험이 높거나(예, 저혈당의 병력을 가졌거나 노인) 과체중인 분들에게 SGLT2 억제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8. SGLT2 억제제의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비뇨생식기 감염(genitourinary infection), 저혈압, 정상 혈당을 동반한 당뇨병성 케톤산증(euglycemic diabetic ketoacidosis)이 SGLT2 억제제의 가장 중요한 부작용들입니다. 이외에도 방광암, 골절 등의 부작용도 보고되었습니다.1) 비뇨생식기 감염SGLT2 억제제는 비뇨생식기 주변 피부의 감염증, 특히 곰팡이에 의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비뇨생식기 주변 피부에 사는 곰팡이와 세균의 에너지원도 포도당인데 SGLT2억제제에 의해 오줌으로 포도당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뇨생식기 주변 피부에 오줌이 그대로 묻어 있는 경우 곰팡이 또는 세균 감염이 더 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 비뇨생식기의 구조적인 이유 때문에 비뇨생식기 주변 피부의 감염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합니다. 비뇨생식기 주변 피부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변을 본 다음 휴지나 물로 닦아 생식기 주변 피부에 오줌이 묻어 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뇨생식기 주변 피부가 가렵거나 벌겋게 되면 의사를 만나야 합니다. 만약 세균이 요도를 따라 방광으로 올라가게 되면 방광염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방광염 증상이 나타나면 - 열이 나든지 소변을 자주 보아야 하거나 소변을 볼 때 따끔따끔하거나 아픈 증상이 나타나면 – 의사를 만나야 합니다.또 비뇨생식기 주변의 감염이나 방광염에 자주 걸리는 사람은 SGLT2억제제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2) 저혈압SGLT2억제제가 혈압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는 SGLT2억제제가 오줌의 양을 늘려 몸으로부터 물을 빼내기 때문입니다. SGLT2 억제제에 의한 저혈압은 노인이나 이뇨제를 함께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주로 나타납니다.SGLT2억제제를 복용하는 동안 어지러움, 현기증 등이 나타나면 혈당과 혈압을 측정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저혈당의 증상 중 일부가 저혈압의 증상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어지럽거나 현기증의 증상을 느끼는 경우, 앉거나 움직이지 않는 것을 꼭 붙잡아서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넘어져서 머리를 부딪히게 되면 뇌출혈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SGLT2억제제를 복용하는 동안 어지러움, 현기증의 증상이 나타난 경우 의사를 만나 야 합니다. 3) 정상 혈당을 동반한 당뇨병성 케톤산증정상혈당을 동반한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흔하지는 않지만 사망률 약 1.5%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의 증상은 메스꺼움, 구토, 복통, 정신 혼미, 숨에서 나는 과일냄새 등입니다. 그리고,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구급차를 빨리 불러서 병원으로 옮겨야 합니다.정상혈당을 동반한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탈수, 감염 등에 의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물을 충분히 마시고 감염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감염이 생겼을 때에는 빨리 의사를 만나 치료해야 합니다.SGLT2억제제가 정상혈당을 동반한 당뇨병성 케톤산증을 일으키는 기전은 약간 복잡합니다. SGLT2는 췌장에도 분포합니다. 췌장에서 SGLT2는 포도당을 췌장에 들여 췌장으로 하여금 인슐린을 분비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SGLT2 억제제는 췌장에서 인슐린 (insulin)이 분비되는 것을 줄입니다. 이로 인해 췌장은 대신 글루카곤 (glucagon)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은 간으로 하여금 포도당을 만들게 하며 몸의 지방을 분해시킵니다. 몸이 주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적은 것으로 판단하여 스스로 포도당을 더 만들고 그동안 축적해 놓은 지방을 분해하여 하는 것이지요. 지방을 분해하면 궁극적으로 케톤 (ketone)이라는 화학구조를 가진 물질들이 생기게 됩니다. 케톤 물질들은 산성 (acidic)을 띄고 있어 혈액 pH가 산성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ketoacidosis). 그런데, SGLT2억제제를 복용하지 않는 당뇨병 환자는 고혈당도 함께 나타나는데 비해 SGLT2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혈당이 정상이거나 정상에 가깝습니다. 그 이유는 SGLT2억제제에 의해 포도당이 오줌으로 많이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euglycemia). ]4) 방광암방광암은 다파글리플로진의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들은 흡연 등으로 방광암의 위험이 원래 높았기 때문에 다파글리플로진이 실제로 방광암을 일으키는 지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뚜렷하지 않습니다.5) 골절(bone fracture)골절은 다파글리플로진의 임상시험에서 주로 관찰된 부작용입니다. SGLT2 억제제가 실제로 골절을 일으키는 지는 뚜렷하지 않습니다.9. SGLT2 억제제을 시작하기 전과 후에 어떤 검사들을 받아야 할까요?당화혈색소와 혈액을 이용한 신장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당화혈색소는 SGLT2 억제제가 혈당을 낮추는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SGLT2 억제제을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시작하고 나서 3개월 뒤에 다시 측정합니다. 신장 기능은 보통 혈중 크레아티닌(creatinine)의 양을 측정하여 사구체 여과 속도를 계산함으로써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신장 기능은 SGLT2 억제제를 시작하기 전과 후에 체크를 해야 합니다. SGLT2 억제제를 시작하고 얼마나 빨리 신장기능을 체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 견해로는 복용 시작후 1~2주 안에 체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약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신장기능이 저하되어 있었거나 신장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는 다른 약을 함께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좀 더 자주 신장기능을 체크받아야 합니다.검사는 아니지만 혈압도 SGLT2억제제를 시작하기 전과 후에 측정해야 합니다. 혈압은 SGLT2억제제를 시작한 뒤 1-2 주 안에 측정하는 것이 좋습니다.10. SGLT2 억제제를 얼마나 오래 복용해야 할까요?많은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들이 인슐린을 시작할 때 특히 식사전에 맞는 인슐린을 시작할 때 중단되지만 SGLT2 억제제는 인슐린과도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작용이 발생해서 중단해야 하기 전까지 SGLT2 억제제를 복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슐린을 맞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복용할 약의 갯수를 줄여주기 위해 SGLT2 억제제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SGLT2억제제를 심부전 치료에 사용하는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때까지 복용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심부전은 만성 질환이기 때문입니다.SGLT2억제제를 만성신장질환의 진전을 지연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 신장기능이 어느정도까지 떨어지면 SGLT2 억제제를 중단해야 하는지는 아직까지 잘 연구되어 있지 않지만 신장투석 직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11. SGLT2 억제제를 하루 중 언제 복용하는 것이 좋을까요?SGLT2 억제제는 오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SGLT2억제제가 오줌의 양을 늘려 소변을 자주 보게 하기 때문입니다.12. 함께 복용할때 SGLT2 억제제에 의한 효과를 줄이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는 약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SGLT2 억제제가 일시적으로 신장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신장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다른 약을 조심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런 약들로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는 것으로는 이부프로펜 (ibuprofen), 나프록센 (naproxen) 등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들이 있습니다. <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4-04-02 18:14 |
[약대·약학] <119> 복약지도와 의약품 상담을 위한 코너: SGLT2 억제제 (1)
당뇨병 치료제와 심부전 치료제로 최근 많이 쓰이고 SGLT2 (Sodium-glucose co-transporter 2) 억제제에 대해 환자가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하여 문답식으로 정리하였다. 1. SGLT2 억제제는 어떻게 혈당을 떨어뜨리나요?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줄여서 혈당을 떨어뜨립니다. 신장은 혈액 속의 여러 성분을 일단 여과했다가 필요한 것은 다시 재흡수하여 혈액으로 되돌려 보내고 필요없는 것은 오줌으로 내 보냅니다.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원인 포도당은 몸에서 꼭 필요한 것이므로 신장에서 여과되었다 다시 재흡수되는 것 중 하나입니다.신장에서 걸러진 포도당이 다시 재흡수될 때 SGLT2라는 단백질을 이용합니다. 이 단백질의 영어 이름은 Sodium-glucose co-transporter 2입니다. 여기서 sodium은 우리말로 나트륨이고 glucose는 포도당이며 co-transporter는 함께 운송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SGLT2는 나트륨과 포도당을 함께 신장에서 재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것입니다. 이처럼 신장에 운송 단백질이 있는 이유는 신장에서 걸러진 것 중 필요한 것만 선택적으로 재흡수하기 위해서입니다. 즉, 우리 몸은 재흡수할 것만을 위한 특별한 문들을 만들어 놓았는데 SGLT2는 포도당을 위한 특별한 문인 것입니다. 이렇게 포도당과 같이 특정 물질만을 재흡수하는 문을 따로 만들어 놓으면 원하는 것만 재흡수할 수 있는 좋은 점외에도 필요할 때 문을 더 만들거나 덜 만들어서 그 물질을 재흡수하는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는 혈중 포도당의 양이 정상보다 많기 때문에 신장에서 걸러지는 포도당의 양도 늘어납니다. 즉, 신장에서 재흡수해야 할 양도 늘어나는 것이죠. 그래서, 당뇨병 환자의 신장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보다 SGLT2의 양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SGLT2가 나트륨도 함께 운송하는 이유는 포도당 혼자로는 이 SGLT2라는 문을 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포도당이 들어가기 위해 SGLT2라는 문을 여는 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나트륨인 것이죠. 비유하자면 포도당은 우리몸에서 너무 중요한 VIP라 누군가 – 나트륨 - 가 문을 열어 주어야만 하다고 할까요?그래서, SGLT2 억제제를 복용하면 신장에서 포도당과 나트륨의 재흡수가 줄어 들고 오줌으로 배출되는 포도당과 나트륨의 양이 늘어납니다. 이렇게 몸 밖으로 배출되는 포도당양이 늘어나므로 혈당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SGLT2억제제에 의한 포도당 배출은 복용을 시작한 지 1-2 시간부터 나타날 정도로 빨리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효과는 SGLT2 억제제의 복용을 중단하고 하루나 이틀 지나면 사라집니다. 2. SGLT2 억제제는 혈중 당화수치 (A1c)를 얼마나 떨어뜨리나요? SGLT2 억제제는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 혈중 당화수치를 0.5-0.9% 정도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이 효과는 용량에 비례합니다. 그래서, 고용량일 때 혈중 당화수치를 더 많이 떨어뜨립니다.SGLT2억제제가 혈중 당화수치를 떨어뜨리는 정도는 약을 시작하기 전에 혈당이 얼마나 높았는지 또 신장기능이 얼마나 좋은 지에 달라집니다. SGLT2 억제제는 약을 시작하기 전에 혈당이 높은 환자들의 혈당을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많이 떨어뜨립니다. 그 이유는 혈당이 높을수록 신장에서 걸려지는 포도당양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더 많이 걸리진 포도당을 재흡수하기 위한 SGLT2의 양도 늘기 때문입니다. 즉, 신장에 SGLT2 의 양이 느니까 SGLT2 억제제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SGLT2억제제의 혈당 강하 효과가 혈중 혈당 수치에 비례하므로 SGLT2억제제는 저혈당을 거의 일으키지 않습니다.SGLT2 억제제가 혈당을 낮추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약들도 포도당과 마찬가지로 신장에서 걸러져야 합니다. 그래야 신장에서 걸러진 오줌이 내려가는 관에 위치한 SGLT2를 억제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신장기능이 저하되면 신장에서 걸러지는 SGLT2 억제제의 양이 적어져 혈당강하 효과가 줄어들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SGLT2억제제는 식후 혈당보다는 공복 혈당을 더 많이 떨어뜨립니다. 3. SGLT2 억제제는 혈당을 떨어뜨는 것 이외에 어떤 다른 효과가 있나요? SGLT2 억제제는 혈당 강하외에도 체중감소, 혈압강하, 그리고 신장보호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1) 체중 감소SGLT2 억제제가 포도당을 몸 밖으로 더 많이 배출시키게 되면 우리 몸은 포도당이라는 에너지원를 잃는 것입니다. 그런데, 에너지원을 잃는다는 것은 칼로리 (calorie)를 잃는다는 뜻과 같습니다. 보통 SGLT2억제제의 복용으로 하루에 잃는 칼로리 양은 250에서 450 킬로칼로리 (kcal)로 알려져 있습니다. SGLT2억제제는 몸이 많은 양의 칼로리를 잃게 만들므로 체중을 줄입니다.SGLT2억제제가 포도당을 잃게 하므로 어떤 분들은 SGLT2억제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다음 탄수화물이 들어간 음식 – 밥, 과자, 빵, 감자 등 - 을 더 많이 먹고 싶어질 지 모릅니다. 그런데, 탄수화물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SGLT2에 의한 체중감소 효과가 줄어 들므로 체중감소 효과를 최대로 보기 위해서는 많이 먹고 싶어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2) 혈압 강하SGLT2 억제제는 오줌으로 배출되는 포도당과 나트륨의 양도 늘립니다. 그런데, 오줌으로 배출되는 포도당과 나트륨의 양이 늘면 같이 배출되는 물의 양도 늡니다. 오줌으로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이 배출되기 때문에 SGLT2 억제제는 혈압을 떨어뜨립니다. 임상연구에 의하면 SGLT2억제제는 수축기 혈압을 평균 2-4 mg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3) 신장보호 효과SGLT2 억제제는 일시적으로 신장기능을 악화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장기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SGLT2억제제의 신장에 대한 효과는 SGLT2억제제가 신장에서 나트륨의 재흡수를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신장의 구조를 단순화시켜 보면 크게 혈액을 거르는 부분 (사구체라고 부릅니다)과 걸러진 것들이 내려 오는 관 (tubule이라고 부릅니다)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신장은 거르는 부분과 그 밑에 붙은 관을 가진 깔대기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걸러진 물질들의 재흡수는 이 관을 따라 일어나는데 물질마다 재흡수가 주로 일어나는 부분이 좀 다릅니다. SGLT2는 이 관에서 걸러지는 부분에 가까운 곳에 주로 분포합니다. 그런데, 걸러진 나트륨은 SGLT2에 의해 대부분 재흡수되기 때문에, 즉 물질이 걸러지는 부분에서 가까운 쪽에 있는 관의 부분에서 재흡수되기 때문에 걸러진 부분에서 먼쪽에 있는 관의 부분에 도달하는 나트륨의 양이 평소에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SGLT2 억제제에 의해 나트륨의 재흡수가 줄어 들면 걸러진 부분에서 먼쪽에 있는 관의 부분에 도달하는 나트륨의 양이 증가합니다. 이를 신장은 자신이 너무 많은 혈액을 거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여 신장의 거르는 부분으로 들어가는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그런데, 이 혈관이 수축하면 신장에서 거르는 부분으로 들어 가는 혈액의 양을 줄게 됩니다. 또, SGLT2억제제는 혈압을 떨어뜨리므로 신장으로 들어가는 양을 줄이게 되어 신장이 거르는 혈액의 양을 줄일 수 있습니다.이처럼 신장이 거르는 혈액의 양이 준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신장의 기능 – 혈액을 거르는 기능 –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신장이 일정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혈액을 거르느냐가 신장의 기능을 알려주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사구체 여과속도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신장이 거르는 혈액의 양이 감소하게 되면 신장이 일하는 양도 줄게 됩니다. 신장이 일하는 양이 준다는 것은 신장을 그만큼 조금 이용한다는 것이므로 신장을 보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장이 일하는 양을 장기적으로 줄이게 되면 신장보호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4. SGLT2 억제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아래 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SGLT2 억제제의 예입니다.. <표>.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SGLT2억제제의 예영문명한글명상품명 (예)하루 총 용량 (mg)하루 복용 횟수Dapagliflozin다파글리플로진포시가5-10한 번Empagliflozin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10-25한 번Ertugliflozin얼투글리플로진스테글라트로5-15한 번 SGLT2 억제제는 단독으로 뿐만 아니라 매트포민 (metformin)과 복합제로도 팔리고 있습니다. SGLT2억제제와 메트포민과의 복합제는 하루에 두 번까지 복용할 수 있습니다.SGLT2억제제는 신장기능이 너무 낮으면 혈당강하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엠파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린의 제품설명서에서는 사구체 여과 속도가 45 ml/min/m2미만이면, 얼투글리플로진의 제품설명서에서는 30 ml/min/m2미만이면 사용하지 말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5. SGLT2 억제제는 당뇨병 환자의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줄여주나요?SGLT2 억제제 중 특히 엠파글리플로진 (자디앙)은 심순환기 질환 위험 감소 효과가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잘 입증되었습니다. 즉, 이 약은 심순환기 질환 병력이 있거나 고령, 고혈압 등 이에 대한 여러 위험 인자들이 있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등의 심순환기 질환이 다시 일어나거나 새로 일어나는 위험을 감소시킵니다.반면, 다파글리플로진과 얼투글리플로진은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심순환기 질환이 재발하거나 새로 일어날 위험을 낮추지는 못했습니다.엠파글리플로진이 심순환기 질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것은 설포닐우레아, 글리니드, DPP-4 억제제, 티아졸리딘다이온과 같은 다른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와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왜냐하면, 당뇨병 환자들은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높은데 이들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들은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6. SGLT2 억제제는 당뇨병외에 다른 적응증을 가지고 있나요? SGLT2 억제제는 다음과 같은 적응증도 가지고 있습니다.1) 심부전 (heart failure)의 치료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은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이들의 수명을 연장하고 심부전증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위험을 줄였습니다.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치료에 효과가 있는 이유는 이들이 혈압을 낮추고 오줌의 양을 늘려 심장의 부담을 줄여 주는 데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2) 만성 신장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지연앞서 설명했듯이 SGLT2 억제제는 신장기능 보호 효과를 가지고 있고, 특히, 엠파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은 모두 임상시험에서 이를 입증했습니다.<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4-03-05 09:54 |
[약대·약학] <118> 복약지도와 의약품 상담을 위한 코너: DPP-4 억제제 (2)
복약지도와 의약품 상담을 위한 코너: DPP-4 억제제 (2) 당뇨병 치료제로 많이 쓰이고 있는 DPP-4(Dipeptidyl Peptidase 4) 억제제에 대해 약사 복약지도와 의약품 상담에 도움이 될 만한 사항 중심으로 문답식으로 정리, 지난호에 이어 연속 소개한다. 6. DPP-4 억제제의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DPP-4 억제제의 부작용은 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부작용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를 빨리 만나시기를 권합니다. 1) 상기도 감염임상시험에서 가장 흔하게 보고된 DPP-4 억제제의 부작용은 기침, 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상기도 감염입니다. 그러나 이 부작용의 발생률은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DPP-4 억제제가 실제로 상기도 감염을 일으키는지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2) 췌장염과 췌장암GLP-1이 췌장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DPP-4 억제제가 췌장염과 췌장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만 실제로 DPP-4 억제제가 췌장염과 췌장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는지는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DPP-4 억제제가 췌장염과 췌장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입니다.다른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도 많이 나와 있으므로 췌장염이나 췌장암의 위험이 높은 분들은 DPP-4 억제제를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췌장염의 위험은 과음, 흡연, 췌장염의 가족력이 있으신 분들에게 높습니다. 췌장암의 위험은 담배를 피우시거나 췌장암 가족력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높습니다. 또, 복용 중 췌장염이나 췌장암의 증상이 있으면 의사를 빨리 만나십시요. 췌장염의 증상으로는 복통, 발열, 구토, 메스꺼움 등이고 췌장암은 체중감소, 등의 통증, 구토, 메스꺼움, 황달 등의 증상을 나타냅니다. 3) 심부전증앞서 설명드렸듯이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받은 네 개의 DPP-4 억제제들이 모두 심부전증의 위험을 높이지는 않습니다. 알로글립틴과 삭사글립틴만이 심부전증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다섯 개의 DPP-4 억제제는 심부전증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된 바 없습니다. 심부전증이 발생하면 숨참, 다리 부종, 피곤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4) 저혈당앞서 기술했듯이 DPP-4 억제제 단독요법으로는 저혈당의 위험이 아주 낮습니다. 하지만 DPP-4 억제제를 글리피지드 (glipizide), 글리부리드 (glyburide), 글리메피리드 (glimepride)와 같은 설포닐우레아, 또는 인슐린과 같이 사용하면 저혈당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저혈당의 증상은 심한 배고픔 (허기), 기운 없음, 빈맥, 식은 땀, 정신 혼미 등입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사탕, 설탕과 같은 당분을 섭취하셔야 합니다. 5) 관절 통증DPP-4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심한 관절 통증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DPP-4가 염증 반응에도 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도 많이 나와 있으므로 심한 관절염의 병력을 가지고 계신 분은 DPP-4 억제제를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6) 과민반응가려움, 심한 얼굴 부종, 피부가 빨갛게 됨 (발적), 피부 벗겨짐 등의 심한 과민증상은 아주 드문 부작용입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약을 중단하시고 빨리 의사를 만나셔야 합니다. 7) 피부 물집 (bullous pemphigoid)DPP-4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피부 물집이 발생했다는 부작용 보고가 있습니다. 물집은 주로 피부가 접히는 부분인 겨드랑이, 팔, 배 등에 나타나지만 입안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약을 중단하시고 빨리 의사를 만나셔야 합니다. 7. DPP-4 억제제을 시작하기 전과 후에 어떤 검사들을 받아야 할까요?DPP-4 억제제를 복용하시는 분들은 헤모글로빈 당화혈색소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헤모글로빈 당화혈색소는 DPP-4 억제제가 혈당을 낮추는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DPP-4 억제제을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시작하고 나서 3개월 뒤에 다시 측정합니다. 그리고, 리나글립틴을 제외한 다른 DPP-4 억제제를 복용하시는 분은 혈액을 이용한 신장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앞서 설명드렸듯이, 이들은 신장 기능에 따라 적절한 용량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신장 기능은 보통 혈중 크레아티닌 (creatinine)의 양을 측정하여 사구체 여과 속도를 계산함으로써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신장 기능은 DPP-4 억제제를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정기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체크를 해야 합니다. 만약 만성 신장 질환을 앓고 있거나 신장 기능이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에는 이보다 자주 신장 기능을 체크하여야 합니다. 8. DPP-4 억제제을 얼마나 오래 복용해야 할까요?당뇨병은 만성 질환이므로 DPP-4 억제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한, 계속 복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식사 전에 맞는 인슐린을 시작하는 경우, 많은 전문가들은 DPP-4 억제제를 중단하기를 권고합니다. 왜냐하면, DPP-4 억제제도 인슐린의 분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굳이 추가로 DPP-4 억제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9. DPP-4 억제제을 하루 중 언제 복용하는 것이 좋을까요?DPP-4 억제제는 하루 종일 작용하기 때문에 하루 중 아무 때나 복용하셔도 됩니다. 본인이 가장 기억하기 쉬운 시간에 매일 복용하십시요. 10. 함께 복용할때 DPP-4 억제제에 의한 효과를 줄이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는 약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앞서 설명드렸듯이 모든 DPP-4 억제제는 설포닐우레아나 인슐린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저혈당의 위험이 증가합니다. 또 DPP-4 억제제 중 삭사글립틴, 에보글립틴, 제미글립틴, 리나글립틴, 테네리글립틴 등은 다음과 같은 약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 효과가 줄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1)삭사글립틴, 에보글립틴, 제미글립틴이 세 약은 일부가 간에서 대사되는 데 이 대사작용을 억제하는 약들은 이 세 약의 부작용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약의 예로는 항생제인 클래리스로마이신 (clarithromycin), 항진균제인 케토코나졸 (ketoconazole), 이트라코나졸 (itraconazole) 등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항생제나 항진균제와 함께 위 세 약 중 하나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위 세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감염 치료가 끝날 때까지 약의 복용을 일시 중지해야 합니다.제미글립틴은 결핵약으로 쓰이는 리팜핀 (rifampin)과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리팜핀이 제미글립틴의 흡수를 크게 낮춰 제미글립틴의 혈당 강하 효과를 줄이기 때문입니다. 2)리나글립틴리나글립틴도 결핵약으로 쓰이는 리팜핀 (rifampin)과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미글립틴과 마찬가지로 리팜핀이 리나글립틴의 흡수를 크게 낮춰 리나글립틴의 혈당 강하 효과를 줄이기 때문입니다. 3)테네리글립틴테네리글립틴은 일부 부정맥약과 함께 사용하면 심장 맥박에 이상이 생겨 돌연사의 위험이 증가합니다. 이런 부정맥 약으로는 아미오다론 (amiodarone), 퀴니딘 (quinidine), 소타롤 (sotalol) 등이 있습니다. <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4-02-02 11:51 |
[약대·약학] <117> 복약지도와 의약품 상담을 위한 코너: DPP-4 억제제 (1)
당뇨병 치료제로 많이 쓰이고 있는 DPP-4 (Dipeptidyl Peptidase 4) 억제제에 대해 약사로서 복약지도와 의약품 상담에 도움이 될 만한 사항에 대하여 문답식으로 정리하였습니다. 1. DPP-4 억제제는 어떻게 혈당을 떨어뜨리나요? DPP-4 억제제는 DPP-4라는 효소를 억제하여 혈당을 떨어뜨립니다. 이 효소는 우리 몸의 여러 가지 단백질을 분해하는 데 그 중에는 GLP-1와 GIP라는 호르몬들도 포함합니다. GLP-1은 glucagon-like peptide-1의 약자로 글루카곤과 비슷한 펩타이드라는 뜻이고 GIP는 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eptide의 줄인 말로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펩타이드라고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 두 개 이상으로 구성된 물질로 단백질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영어 단어가 많이 등장해서 좀 혼동될지 몰라 요약해 보겠습니다. DPP-4라는 효소는 GLP-1과 GIP라는 단백질을 분해합니다.DPP-4 억제제는 이 효소의 작용을 막아 GLP-1과 GIP가 몸에서 오래 작용하게 합니다. 결국, DPP-4 억제제는 자신이 직접 혈당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GLP-1과 GIP를 이용하여 혈당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그럼, GLP-1과 GIP는 어떻게 혈당을 떨어뜨릴까요? 먼저, 이들은 췌장에 직접 작용하여 인슐린의 분비를 늘립니다. 인슐린은 혈당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므로 인슐린의 분비가 늘어나면 혈당이 떨어지게 되겠지요. 둘째, GLP-1은 위장관의 운동을 느리게 만듭니다. 위장관의 운동이 느려지면 포도당이 천천히 흡수되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또, 위장관의 운동이 느려지면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 양도 줍니다. 음식을 먹는 양이 줄면 섭취한 탄수화물의 양이 줄므로 혈당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탄수화물은 포도당 등 여러가지 당류로 이루어진 물질로 쌀, 감자, 과일 등에 많습니다). 세째, GLP-1은 뇌에 작용하여 포만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면 배가 부른 느낌을 갖게 되니 음식물 섭취를 줄이겠지요. 이와같이 다양한 작용으로, GLP-1과 GIP는 혈당을 떨어뜨립니다. 그런데, GLP-1과 GIP는 몸 속에서 머무는 시간이 약 5~10분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 곳곳에 분포하고 있는 DPP-4라는 효소가 이들을 빨리 분해시켜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GLP-1과 GIP의 작용 시간을 늘리려고 만들어 낸 약이 DPP-4 억제제인 것입니다. 즉, DPP-4 억제제는 GLP-1과 GIP가 빨리 분해되는 것을 막아 이들의 작용시간을 늘림으로써 혈당을 낮추는 것이지요. GLP-1과 GIP는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분비되는 호르몬들입니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게 되므로 이를 떨어뜨리기 위해 위장관이 분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혈당은 올라가지 않아 이 호르몬들은 거의 분비되지 않습니다. 즉,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GPP-1과 GIP가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DPP-4는 분해할 호르몬이 없게 되는 셈이지요. 따라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DPP-4를 억제해도 GLP-1과 GIP의 작용기간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에 DPP-4 억제제는 저혈당의 위험이 낮습니다. 2. DPP-4 억제제는 혈중 헤모글로빈 당화수치 (hemoglobin A1c)를 얼마나 떨어뜨리나요? DPP-4 억제제는 메트포민 (metformin)이나 설포닐우레아 (sulfonylurea)보다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약합니다. 일반적으로 DPP-4 억제제는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 혈중 헤모글로빈 당화수치를 0.5-0.9% 정도 떨어뜨립니다. 또, DPP-4 억제제는 다른 당뇨병약과 함께 투여했을 때 혈중 헤모글로빈 당화수치를 약 0.5% 정도 더 낮춥니다. 3. DPP-4 억제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아래 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DPP-4 억제제의 예를 보여 줍니다. 표.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DPP-4 억제제의 예영문명한글명상품명 (예)하루 총 용량 (mg)하루 복용 횟수Alogliptin알로글립틴네시나25한 번Anagliptin아나글립틴가드렛정100두 번Evogliptin에보글립틴슈가논정5한 번Gemigliptin제미글립틴제미글로정50한 번Linagliptin리나글립틴트라젠타5한 번Saxagliptin삭사글립틴온글라이자2.5-5한 번Sitagliptin시타글립틴자누비아100한 번Teneligliptin테네리글립틴테넬리아정20한 번Vildagliptin빌다글립틴가브스정50두 번 하루 두 번 복용해야 하는 아나글립틴 (가드렛정)과 빌다글립틴 (가브스정)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개의 DPP-4 억제제는 하루에 한 번 복용합니다. 위의 아홉 가지 DPP-4 억제제는 단독으로 뿐만 아니라 매트포민과 복합제로도 팔리고 있습니다. DPP-4 억제제와 메트포민과의 복합제는 하루에 두 번까지 복용할 수 있습니다. 리나글립틴 (트라젠타)를 제외한 다른 DPP-4 억제제들은 신장에 의해 대부분이 배설되기 때문에 신장 기능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위의 표에서의 용량은 신장 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 여과 속도가 50~60 ml/min/m2이상인 분들을 위한 것이므로 신장 기능이 이보다 낮은 분들은 처방의와 상의하여 용량을 낮추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팔리고 있는 아홉 가지 DPP-4 억제제 중 네 가지 – 알로글립틴, 리나글립틴, 삭사글립틴, 시타글립틴 – 만 미국에서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네 가지 DPP-4 억제제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혈당 강하 효과가 비슷합니다. 네 약 모두 비슷한 정도로 혈중 당화혈색소의 수치를 낮춥니다. 둘째, 심부전증 위험을 제외한 부작용이 모두 비슷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심순환기 질환에 대한 사항과 부작용 사항을 참조하십시요). 세째, 이들은 모두 하루 한 번 복용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 점도 있습니다. 먼저, 앞서 말씀드렸듯이, 리나글립틴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는 모두 신장을 통해 배설됩니다. 또, 아래“함께 복용할때 DPP-4 억제제에 의한 효과를 줄이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는 약”에서 설명하듯이 알로글립틴과 시타글립틴은 설포닐우레아와 인슐린을 제외하고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약물상호작용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심부전증의 위험, 신장 기능 저하 여부, 약물 상호 작용을 고려하여 알맞은 DPP-4 억제제를 선택해야 합니다. 4. DPP-4 억제제는 당뇨병 환자의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줄여주나요? 현재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네 개의 DPP-4 억제제들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심근경색이나 뇌경색과 같은 심각한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위험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받았습니다. 이 임상시험들에서 알로글립틴, 리나글립틴, 삭사글립틴, 시타글립틴은 당뇨병 환자들의 심근경색, 뇌경색 등의 심순환기 질환이 다시 일어나거나 새로 일어나는 위험을 감소시키지도 증가시키지도 않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 약들은 심근경색, 뇌경색을 방지하지도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이 약들은 혈당을 낮추는 효과만 있습니다. 단, 알로글립틴 (네시나)와 삭사글립틴 (온글라이자)는 심부전증이 발생할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특히, 이 약들은 신장기능이 저하되었거나 심부전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환자들, 예를 들어, 심근경색, 고혈압 등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서 심부전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심부전증의 위험이 높은 환자들은 알로글립틴이나 삭사글립틴보다는 리나글립틴, 시타글립틴과 같은 DPP-4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약의 사용일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만 팔리고 있는 다섯 개의 DPP-4 억제제 (아나글립틴, 에보글립틴, 제미글립틴, 테네리글립틴, 빌다글립틴)은 아직 임상시험을 통해 심순환기 질환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DPP-4 억제제 중 일부가 임상시험에서 심부전증의 위험을 증가시킨 점을 고려할 때 이 다섯 개의 DPP-4 억제제도 심부전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되도록 심순환기 질환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받은 DPP-4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의약품 사용방법일 것입니다. 5. DPP-4 억제제은 어떤 당뇨병 환자들에게 사용되나요? DPP-4 억제제는 메트포민 (metformin)의 단독요법 또는 메트포민과 다른 경구용혈당강하제의 이중요법으로는 혈중 헤모글로빈 당화색소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들에게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DPP-4 억제제의 단독요법이 권장되지 않는 이유는 메트포민은 심순환기 질환 예방효과가 있는데다 메트포민이 DPP-4 억제제보다 훨씬 싸기 때문입니다. 또, 메트포민이 혈중 헤모글로빈 당화색소를 1~1.5% 정도 낮추는데 비해 DPP-4 억제제는 0.5~0.9%밖에 못 낮추는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DPP-4 억제제는 체중을 늘리지 않고 저혈당의 위험이 낮으므로 과체중을 가졌거나 저혈당의 위험이 높은 (예, 저혈당의 병력을 가졌거나 노인) 분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4-01-11 10:41 |
[약대·약학] <116>학부모가 학생의 학사문제에 개입한 경우
학부모가 학생의 학사문제에 개입한 경우“저희 어머니세요.”A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내 사무실로 들어왔다. 학생들의 부모님을 졸업식에서 만나 축하한다는 인사를 드린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학생의 학업에 관련된 일로 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A 학생은 지난 달에 끝난 내 코스에서 온라인 퀴즈를 볼 때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학교의 제제로 F학점을 받게 되자 어머니가 찾아 온 것이다.“제 아이가 관련된 퀴즈는 코스 전체의 열한 개 중 단 하나인데, 아이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F학점을 주는 것은 좀 지나친 것이 아닌가요?”“학교의 규정상 F학점을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는 교직원으로서 학교의 규정을 따라야 하고요.”“그 일에 한 두명이 아니라 전체 학급의 상당수가 관련되었다고 들었다고 들었는데요. 그러면, 학생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퀴즈의 관리를 소홀히 한 학교의 책임이 아닌가요?”“강의계획서를 통해서, 그리고 과목 첫날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학생들에게 시험 문제나 그 답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말라고 일러 두었습니다.”“제 아이는 학위를 마치고 레지던트로 더 수련을 받으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그런데, 교수님도 잘 아시다시피, 레지던트 지원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그래서, F학점을 받으면 치명적일 수 있어요. 그러니, 다른 방법이 없을 까요? 예를 들어, 그 퀴즈를 0점 처리한다든지요.”“저희 학교는 이런 경우에 그동안 항상 F학점을 주어 왔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이와 비슷한 이유로 F학점을 받았던 학생들에게 공정하기 위해 이번에도 F학점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어머니는 갑자기 목소리 톤을 바꾸어 말하기 시작했다.“저희는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변호사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벌써 변호사 한 분과 이 문제를 상의했는데, 학교의 조치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변호사는 제 다른 아이의 학교 당국의 조치에 대한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습니다.”우리학교는 부정행위에 대한 판단과 징계를 공정하게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먼저 담당교수는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학생과 만나 이를 확인하고 학교에 보고해야 한다. 다음 단계로, 교육 부학장이 그 학생을 따로 만나 보고서 내용을 확인한다. 그리고, 교육 부학장은 학생에게 부정행위의 내용과 학교의 징계결정을 담은 이메일을 보낸다. 학생은 이 이메일에 72시간내에 동의하는지 아닌지 답을 해야 한다. 만약 학생이 학교의 결정에 동의하면 그것으로 모든 과정이 종결된다. 반면, 학생이 동의하지 않으면 학교는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청문회는 일종의 교내재판절차로, 학교의 징계 - F학점 -가 정당한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느냐만을 판정한다. 청문회에서 담당교수는 원고, 학생은 피고가 된다. 그리고,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재판진 – 패널이라고 부른다 – 이 최종 판결을 내린다. 재판진의 세 명은 학생이고 두 명은 교수이다. 그리고, 주심 재판관 - Chair라고 부른다 – 학생이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이 학생들은 피고 학생과 다른 학년 소속이다. 담당교수와 학생은 각각 변호사를 대동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는 변호사에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담당교수와 피고 학생이 직접 질문하게 된다.일반 재판처럼 청문회는 원고인 담당교수와 피고 학생의 모두 진술로 시작하고 각각 반대 심문한다 (cross examination). 이 때, 양측은 증인을 불러 올 수 있다. 이어 양측이 각각 최종 진술을 하면 청문회는 끝난다. 청문회 내용을 바탕으로 재판진은 투표를 통해 최종판결을 내리고 주심 재판관은 이 결과를 교육 부학장과 피고 학생에 알린다.A학생은 어머니의 예고대로 학교의 징계 결정에 불복하였고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물론, 변호사를 고용하였다. 그런데, 부정행위를 저지른 다른 네 명의 학생들도 같은 변호사를 고용한 것으로 보아 (A학생과) 어머니가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청문회 개최를 요구한 열 몇 명의 학생들 중 다섯 명만이 변호사를 고용했다).청문회에서 이들의 방어논리는 자신들은 몰랐다는 것이었다. 즉, 내가 강의계획서와 오리엔테이션에서 시험이라고만 말했지 온라인 퀴즈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답을 보고 퀴즈를 푸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미리 알려주지 않은 학교와 담당교수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황당했다. 초등학교 학생들도 아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면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인가. 청문회 결과 이들은 모두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결을 받았다. 이 학생들은 모두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인 약대에 입학한 20대 중반의 성인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자신의 학업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물론, 부모님이 도움을 주면 해결이 좀 더 원활하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학생이 새로운 학업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을 때 부모님이 심리적, 정신적으로 지원을 해주면 학생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학생이 부정행위와 같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님이 개입하게 되면 오히려 해가 된다. 내가 부정행위 조사를 위해 학생들을 일일이 따로 만났을 때 그들은 모두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했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면서 나에게 용서를 구했었다. 그런데, 이들이 청문회에서는 모든 것이 학교와 담당교수 잘못 때문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즉, 부모님과 변호사가 개입하면서 이들의 태도가 돌변하여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아예 부정해 버린 것이다.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은 - 남을 속인 것은 - 사람간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지만 이에 대한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면 다시 신뢰를 쌓을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책임을 아예 부정하면 그 기회마저 완전히 잃고 말 것이다. 부모님은 F를 받게 될 자식의 미래가 걱정되어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서 개입하였겠지만 결과적으로 청문회 등으로 6개월의 시간을 허비하고 무엇보다 자식이 약사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이 있는지조차 의심받게 만들었다. 잘못과 책임을 인정한 자식을 부모로서 격려하고 지원해 주는 것이 자식의 미래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3-12-29 10:11 |
[약대·약학] <115> 혈당이 갑자기 크게 오른 환자
“지금 거신 전화 번호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번호입니다.” 막막했다. HT는 벌써 세 번 연속으로 재진 약속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전화 통화를 해서 재진 예약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의 핸드폰 전화 번호가 아예 불통이 되어 버린 것이다. HT는 일차의료제공자의 당뇨병 협진의뢰를 받아 약 3년전 처음으로 내 클리닉을 찾아 왔었다. 당시 76세였던 HT는 인슐린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혈당에 따라 인슐린 투여용량을 자신이 임의로 조절하고 있었다. 그의 일차의료제공자는 이를 여러번 만류했지만 HT 는 계속해서 용량을 임의로 바꾸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저혈당이 발생하여 응급실에서 여러 번 치료를 받았었다. 나를 만나기 시작한 다음에도 HT는 인슐린의 용량을 임의로 조절했다. 많은 환자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한 환자를 자주 볼 수 없는 일차의료제공자와는 달리 나는 HT를 비교적 자주 만날 수 있었다. HT는 혈당을 하루에 언제 측정했는지, 인슐린을 얼마나 투여했는지를 자세하게 달력에 기록한 것을 항상 가지고 왔다. 이 기록에 따라 나는 그가 인슐린의 용량을 조절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었다. 그리고, 식사량과 운동량에 대한 조언을 해 주었다. 이로인해 HT가 인슐린의 용량을 임의로 조절하는 빈도는 많이 줄어 들었고 저혈당 발생 빈도도 감소했다. 그리고, 2022년 중반에는 당화혈색소 (hemoglobin A1c)의 수치가 목표치인 8%미만에 이를 정도로 혈당이 비교적 잘 조절되었다. 이와같이 치료효과가 좋아지자 HT가 나를 “내 약사님 (my pharmacist)”라고 부를 정도로 나와 그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런 HT가 금년들어 갑자기 변했다. 재진 약속에 반드시 나오던 그가 가끔 안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에서 측정한 혈당수치와 인슐린 용량을 기록한 달력을 가지고 오지 않은 날도 많아졌다. 그래서, 인슐린의 용량을 조절하는 것을 도와줄 수 없었던 만남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그의 혈당수치가 크게 높아졌다.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은 환자의 검사결과 수치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임상병리과에서 검사를 오더한 의사에게 바로 연락을 한다. 만약 의사에게 연락할 수 없으면 의사가 소속한 과의 당직의사에게 연락을 한다. 금년 3월이었다. 가정의학과 당직의사가 당일 측정한 HT의 혈당수치가 700 mg/dL이었다고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혈당수치가 이처럼 높으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당뇨병성 케톤산증 (diabetic ketoacidosis)이 나타날 수 있지만, 다행히 HT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문제는 이와같이 높은 혈당 수치가 일시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에 HT가 혈당수치를 기록하여 가져온 달력을 보면 그의 혈당은 낮으면 300이었고 400~600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그의 당화혈색소 수치도 13.7%로 크게 높아졌다. 내가 아무리 인슐린의 용량을 증가시켜도 그의 혈당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HT와 같이 당뇨병을 수십년 앓아 온 환자는 병의 진전으로 인해 같은 용량의 인슐린에 대해 혈당이 줄어드는 정도가 많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HT는 작년 중반까지 혈당이 비교적 잘 조절되었었다. 물론, 갑작스럽게 병이 진전될 수도 있겠지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그래서, 음식 등 그의 생활습관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았다. 어느 재진 날, HT는 망고 쥬스를 가지고 와서 연신 마시고 있었다. “HT님, 혈당이 높으면 목이 마르게 됩니다. 그래서, 음료수를 찾게 되는데요. 그런데, 망고 쥬스 등 과일 쥬스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이를 마시게 되면 혈당은 더 올라가고 목은 계속 마르게 됩니다. 쥬스대신 물을 마시는 것이 어떨까요?”“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나이가 이제 80이 다 되었습니다. 신이 저를 부르실 날 멀지 않았고 저도 언제든지 부름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남은 날 동안 제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습니다.”“HT님, 그래도 최대한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하다가 부름을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렇게 아주 높은 혈당이 지속되면 심장, 신장, 신경에 모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예전에 앓으신 뇌경색도 다시 생길 수 있고요. 저는 HT님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이로부터 한 달쯤 지나 나는 HT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날, 난 그의 혈당이 높아진 또 하나의 원인을 발견했다. “HT님, 아침으로 어떤 것을 드세요?”“밥과 생선을 먹습니다.”“점심은 무엇을 드세요?”“밥과 생선 남은 것을 먹습니다.”“저녁은요?”“밥과 생선.”“다른 것은 안 드세요?”“요새 식재료 가격이 많이 올라서 먹지 못합니다. 채소, 과일도 못 사먹고 그냥 밥만 있습니다. 큰 공기에…… 배가 안 고프게요.” 마음이 아팠다. 식료품의 가격이 평균 10% 오를 정도로 작년부터 미국의 물가가 크게 올랐다. 그리고, 높은 물가는 HT와 같은 저소득층에게 큰 영향을 준다. HT의 혈당이 금년에 갑자기 높아진 것은 식료품 가격의 증가때문에 다양한 영양소의 섭취대신 많은 양의 밥으로 식사를 하고 남은 인생에 대한 생각의 변화로 혈당 등 건강관리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어진 것이 원인으로 보였다. 인생에 대한 생각의 변화는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없는 것이지만, 식료품 보조는 병원의 사회사업팀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HT의 일차의료제공자에게 사회사업팀의 도움을 요청하도록 부탁했다. 2주뒤 HT의 재진을 준비하기 위해 그의 진료차트를 보니 사회사업팀이 HT에게 다섯번이나 연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 날, 그는 나와의 재진 약속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두 번이나 더 재진 예약을 만들어 놓았지만 그는 모두 다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전화번호는 아예 끊어져 버렸다.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3-10-27 11:03 |
[약대·약학] <114> 오리지날 스타틴약만을 고집하는 환자
오리지날 스타틴약만을 고집하는 환자“약사님, JP환자에게 필요한 크레스토 (Crestor)에 대해 지불 결정을 해달라고 보험회사에 사전승인을 요청했는데 거부되었어요. 항소를 할 수 있지만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JP가 다음 주에 약사님을 방문하도록 예약이 되어있는데 이때 고지혈증 치료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JP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가진 65세의 백인 여성 환자다. JP의 일차의료제공자는 고지혈증 치료를 위해 로수바스타틴(rosuvastatin) 10mg을 하루 한번 복용하도록 처방했었다. 그런데, 제너릭약이 오리지날약보다 부작용이 더 많다고 믿는 JP가 제너릭 로수바스타틴의 오리지날인 크레스토를 고집했기 때문에 그의 일차의료제공자는 JP의 보험이 크레스토의 사용에 대해 지불해 주도록 사전승인 (prior authorization)을 요청했다. 제너릭과 오리지날은 부작용과 효과가 비슷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가격이 더 싼 제너릭을 우선적으로 지불해 준다. 그래서, 오리지날에 대해 지불받고 싶으면 “제너릭을 복용했더니 부용제에 대해 알러지 반응이 나타났다”와 같은 의학적인 이유를 들어 사전승인을 요청해야 한다. JP는 이러한 합당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사전승인 요청이 거부된 것이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합당한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사전승인 거부에 대한 항소 (appeal)를 해도 결정은 번복되지 않을 것이다.제너릭과 오리지날이 효과가 비슷하다고 다시 설명하면서 JP를 설득하는 것이 좋겠지만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동안 여러 번 JP를 만난 경험에 의하면 그녀는 건강에 대해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쉽게 바꾸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런데 일차의료제공자가 JP에게 스타틴을 처방한 이유는 ‘일차예방’을 위해서이다. 일차예방 (primary prevention)이란 JP처럼 심근경색, 뇌경색 등 심순환기 질환을 앓은 병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를 예방하기 위해 스타틴과 같은 약을 처방하는 것을 말한다. 즉 심근경색, 뇌경색 같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순환기 질환이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일차예방인 것이다.그런데, 모든 약은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일차예방의 목적으로 스타틴을 쓸 수는 없다. 대신 심근경색, 뇌경색과 같은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즉 스타틴을 사용할 때 기대되는 혜택이 부작용보다 더 큰 사람들에게만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다.그러면 이렇게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서 스타틴에 의한 혜택이 부작용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위험은 나이, 성별, 동반질환, 가족력, 저밀도 콜레스테롤 (low density lipoprotein cholesterol; LDL-cholesterol) 수치 등에 따라 다르다. 가령 젊은 사람보다 노인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고혈압을 가지지 않은 사람보다 가진 사람이, 직계가족 중 심순환기질환의 병력이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사람보다 높은 사람이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더 크다. 중요한 점은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스타틴 처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여러가지 위험인자 (risk factor)들을 동시에 고려해서 환자 개개인의 심순환기 질환에 대한 위험도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스타틴 처방이 필요한 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결정을 도와주기 위해 개발된 도구가 Pooled Cohort Equation (PCE)이다.PCE는 개인이 가진 위험인자들을 고려하여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을 알려준다. 즉, 어떤 개인에게서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을 계산해 주는 계산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계산에 사용되는 위험인자들은 나이, 성별, 인종, 수축기 혈압, 이완기 혈압, 총 콜레스테롤 (total cholesterol) 수치, 고밀도 콜레스테롤 (high density lipoprotein – cholesterol; HDL-cholesterol) 수치, 당뇨병 병력, 고혈압 치료 여부, 흡연 여부 등이다. 따라서, 이상과 같은 환자 개인의 위험인자들을 알고 있으면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을 계산해 낼 수 있는 것이다.그러면,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이 얼마나 되어야 스타틴을 이용했을 때의 혜택이 부작용의 위험보다 더 높은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전문가 단체의 의견은 다르다. 즉, 미국심장학회 (American Heart Association) 등 심장내과전문의 집단은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이 7.5% 이상이면 스타틴 처방을 권고하고 있는 반면, 예방의학, 일차의료 전문가 등으로 이루어진 미국 예방서비스 태스크 포스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는 10% 이상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JP의 전자의무기록에 기록되어 있는 위험인자들을 이용하여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을 계산하니 6.4%에서 9.8%까지 다양한 계산치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JP의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어디에서 측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측정할 때에는120/60정도인 반면 클리닉에서는 150/85정도로 높아져 있었다. 집에서 측정한 혈압이 클리닉보다 평소의 혈압을 좀 더 잘 나타낸다. 무엇보다 JP의 경우,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은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혈압조절이 더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JP가 오리지날만을 원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우선 혈압조절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인 것 같았다.며칠 뒤, JP가 내 클리닉을 방문했다.“JP님, 심순환기 질환 일차예방을 위해 스타틴 대신 혈압조절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어떨까요? 최근 JP님의 혈압이 잘 조절되어 집에서 120/60 정도로 낮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 혈압수치를 이용하여 계산하면 10년내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은 6.4%로 스타틴이 필요하지 않은 수준입니다.”“아. 그래요? 잘 됐네요. 약을 적게 쓸 수 있으면 그게 더 좋죠.”“그럼, 로수바스타틴 처방을 취소하겠습니다.” <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3-09-27 10:19 |
[약대·약학] <113> 스타틴을 복용한 후 다리가 심하게 아픈 환자
스타틴을 복용한 후 다리가 심하게 아픈 환자 “부학장님, 문자 연락받고 연락드립니다.”“토요일인데 전화해 줘서 고마와요. 스타틴에 대해 물어 볼 것이 있어서 연락했어요. 내 친척이 지난 달 초에 UCSF 대학병원에서 심근경색으로 진단받고 퇴원했어요. 그 뒤 한 이주 정도 재활원에 있다가 지난달 말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리가 심하게 아프고 힘이 없어 걷기조차 힘들다고 하네요. 그 친척이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데 혹시 스타틴때문인가 해서...”“어떤 스타틴을 복용하고 계신가요?”“아토바스타틴 (atorvastatin) 80 mg입니다.” 스타틴 (statin)은 심근경색을 겪은 환자에게 심근경색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리고, 이 효과는 고용량의 스타틴에서 더 잘 나타나기 때문에 아토바스타틴 40~80 mg, 로수바스타틴 (rosuvastatin) 20~40 mg이 흔히 이용된다. 부학장님이 계속 말씀하신다.“내 친척은 나이가 80이 넘었는데 이런 사람에게 고용량을 쓸 수 있을까?”“75세 이상의 환자들은 심근경색을 방지하는 스타틴의 효과를 확인한 임상시험들에 많이 참여하지 않아서, 고용량의 스타틴이 이러한 환자들에게 정말 더 나은지 뚜렷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 환자들에게서는 약물에 의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죠. 그래서, 미국 심장학회 치료지침서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고용량 또는 이보다 약한 스타틴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환자가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낮으면 고용량을, 크면 이보다 낮은 용량을 쓰란 말이군요.”“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스타틴에 의한 부작용의 위험이 크지 않기 때문에 UCSF 대학병원은 이러한 환자들에게 고용량의 스타틴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스타틴이 근육 부작용을 일으키잖아요.”“네, 맞습니다만 근육 통증은 여러가지 이유로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진짜로 스타틴에 의해 발생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임상시험에 따르면, 스타틴에 의해 근육 부작용을 겪었다는 환자들 중 진짜로 스타틴 때문에 근육 통증이 발생한 경우는 50%미만인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런데, 친척 분의 다리 통증은 한쪽 다리에서만 나타나나요? 아니면 두 다리 모두에 나타나고 있나요?”“그건 내가 물어 보지 않았네요.”“스타틴에 의한 근육통이 다리에 나타나면 보통 양다리에서 동시에 발생합니다. 어쨌든 제 생각에는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니까 일단 혈중 크레아틴 키나제 (creatine kinase)의 양을 측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아,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근육 세포가 죽게 되면 근육 세포내의 단백질 중 하나인 크레아틴 키나제가 혈액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스타틴을 복용하면서 근육통을 호소하던 환자의 혈중 크레아틴 키나제 양이 높아져 있으면 스타틴에 의해 근육 세포가 죽었다 – 스타틴에 의한 근육 부작용 - 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스타틴에 의한 근육 부작용으로 확인되면 일단 스타틴을 중단해야 합니다. 혈중 크레아틴 키나제 양이 심하게 높고 횡문근 융해증 (rhabdomyolysis)이 일어난 경우 스타틴을 다시는 사용하지 않고요. 그렇지 않다면, 크레아틴 키나제 양의 양이 정상 수치인 30~170사이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스타틴의 용량을 낮추거나 다른 종류의 스타틴으로 바꿔서 다시 시작하고요. 친척분은 최근 심근경색증을 앓았기 때문에 횡문근 융해증이 일어나지 않은 이상 스타틴을 다시 시작해야 할 거예요.” 횡문근 융해증은 스타틴에 의한 근육 부작용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많은 근육 세포가 죽어버려서 심한 근육통과 코카콜라 색깔과 같은 오줌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뿐만 아니라 죽은 근육 세포들이 신장에 쌓여 신장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잘 알았고, 고마와요. 그런데, 의사를 만날 수 있어야지. 담당 심장내과의사의 클리닉에 며칠 전 연락을 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답이 없고 일차의료제공자는 다음 주 화요일에나 만날 수 있나봐요.” 미국에서 환자들이 담당의사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담당의사의 클리닉에 전화하거나 아니면 전자차트로 의사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보통 대학병원 의사는 매일 환자를 보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클리닉에서 근무하지 않는 날에는 의사가 환자에게 연락할 가능성이 낮다. 의사가 클리닉에서 근무하는 날이라 할 지라도 그날 예약된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다른 환자들에게서 온 메시지는 의사가 판단하기에 급한 경우가 아니면 빨리 응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늘이 토요일이니 일차의료제공자를 만나기까지 아직 3일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월요일에 동네 의사라도 찾아갈 수 있지만 미국은 일차의료제공자가 진료의뢰를 넣어주어야만 다른 의사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의사를 당장 만나고 싶을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응급실에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응급실에 가더라도 다리 아픈 것은 당장 생명에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진료의 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래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하는데 80세 넘은 노인에게 이를 요구하는 것은 좀 무리인 것 같았다. 그래서, 부학장님과 나는 일차의료제공자를 만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당일 크레아틴 키나제를 측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으로 동의하였다. 다음 주 수요일, 즉 친척분이 일차의료제공자를 만난 다음 날, 부학장님이 문자를 보내셨다. ‘혈중 크레아틴 키나제 양이 34,000이라네요. 횡문근 융해증이 의심되어 입원했어요.’ 안타까왔다. 만약 그 친척분이 의사를 좀 더 일찍 만날 수 있었으면 이렇게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진행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예는 환자가 필요로 할 때 의료제공자와 제때에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현행 미국 의료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3-09-04 10:54 |
[약대·약학] <112>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일까?
“25번 문항의 정답률은 9%로 매우 낮습니다.”“변별력 지수와 point biserial지수는 얼마인가요?”“각각 0.1 와 0.05입니다.”“25번 문항을 학생들의 시험 성적에 포함시키기 전에 그 문항에 오류가 있거나 학생들에게 오해를 일으킬 만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야겠습니다. 또 이 문항에서 평가하려고 한 내용이 잘 가르쳐 졌는지도요.”우리학교는 모든 시험에서 채점 후 학생들에게 시험성적을 공지하기 전에 교육 부학장 주재로 시험성적기준 평가회의(standards setting meeting)를 열어서 시험 성적을 확정짓는다. 이 회의에서 담당과목 교수는 학생들이 시험의 각 문항(item)에 대해 어떤 성적을 내었는지 분석해서 발표한다. 이 문항 분석(item analysis)의 목적은 개별 문항의 질을 검토하고 이에 따라 각 문항을 시험전체 성적에 포함시킬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만약 문항의 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발견되면 그 문항은 전체 성적 계산에서 제외한다.시험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 따라서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시험에 출제되는 문항들이 디자인되고 쓰여져야 한다. 우리학교는 크게 세 가지 정책을 통해 양질의 문항이 시험에 출제되도록 하고 있다. 첫째, 출제자는 워크샵 등을 통해 과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한 출제방법을 습득한 뒤 문항을 출제하도록 하고 있다. 둘째, 문항이 시험에 최종적으로 출제되기 전에 적어도 두 명의 교수가 그 문항을 검토한다. 세째, 시험 후 결과를 학생들에게 공지하기 전에 문항분석을 하여 양질로 입증된 문항만으로 시험성적을 계산하도록 확정하는 것이다.문항의 양질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몇 가지 지표가 사용된다. 난이도, 변별력 지수, point biserial 등이 그것이다. 난이도(difficulty)는 정답률, 즉 몇 퍼센트의 학생들이 그 문항을 정확하게 맞추었느냐를 말한다. 흔히 난이도가 높으면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잘 변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난이도가 높다는 것, 즉 정답률이 낮다는 것은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조차도 그 문항을 맞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답을 맞춘 학생들의 수가 너무 적으면 이들이 제대로 알고 맞추었는지 운좋게 찍어서 맞추었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변별력을 판별하기에 좀 더 적절한 지표는 난이도보다 변별력 지수와 point biserial지수이다.변별력 지수(discrimination index)는 학생들을 전체 시험 성적 기준으로 상위와 하위 그룹으로 나누고 이 두 그룹 학생들의 그 문항에 대한 정답률의 차이를 구한 것이다 (보통 상위 27%, 하위 27%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상위 그룹 학생들의 정답률이 70%이고 하위 그룹은 30%라면 변별력 지수는 0.4 ( = 0.7–0.3)이다. 따라서 변별력 지수가 높을수록 문항의 변별력은 높다. 반면 변별력 지수가 음수이면 하위 그룹이 상위 그룹보다 그 문항을 더 많이 맞추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문항의 질을 의심해야 한다.Point biserial지수는 특정 문항 성적과 전체 시험 성적간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즉 특정 문항을 맞춘 학생들이 그렇지 못한 학생들보다 전체 시험 성적이 더 높다면 그 문항은 변별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특정 문항을 맞춘 학생들이 그렇지 못한 학생들보다 전체 시험 성적이 더 낮으면 – 즉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이 그 문항을 더 많이 맞추었다면 - 문항의 질을 의심해야 한다.일반적으로 문항의 난이도, 즉 정답률이 0.45-0.75이고 변별력 지수와 point biserial지수가 각각 0.2이상이면 시험성적으로 포함되기에 적합한 정도의 변별력을 갖춘 양질의 문항으로 간주한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킬러문항, 준킬러문항은 모두 양질의 문항이 아니다. 또, 대학수학능력고사, 약사고시 등 아주 중요한 시험의 경우 문항의 변별력 지수와 point biserial은 0.3이상이어야 한다). 만약 문항분석 지표가 이보다 낮으면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문항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혼동되기 쉽게 쓰여졌다면 학업성적도가 우수한 학생들도 틀릴 가능성이 높다. 또 수업시간에 충분히 강조하지 않았거나 학생들에게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은 내용을 문항이 평가한다면 이는 학생들에게 공정(fair)하지 않다 (이런 문항들은 학업성적도가 우수한 학생들도 어려워하기 때문에 변별력이 낮다). 따라서 이러한 문항들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정확하게 측정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전체시험성적에서 제외해야 한다.이상과 같이 우리학교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시험에 출제된 문항들의 변별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시험의 본질은 공정한 변별력일까?이에 대한 답은 시험의 목적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험의 목적이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세우기라면 변별력 자체가 시험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반면 학생들이 최소한의 학업성취의 기준에 도달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시험의 목적인 경우 변별력은 문항이 양질이었는지 확인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리고 적어도 약대와 같이 건강관련 전문직역을 길러내는 학교의 경우 후자가 시험의 목적이다. 학교가 배출할 모든 약사들이 환자를 안전하게 돌보는 것을 담보하기 위해 학교는 학생들이 이에 관해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시험은 학생들이 이런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은 성적에 따라 따로 줄을 세울 필요가 없다. 요구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은 재교육과 재시험을 통해 그 능력을 갖출 기회를 다시 주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학교는 A, B, C, D, F학점을 사용하지 않고 통과(pass)/불통과(no pass)로 성적을 처리한다. 그리고 불통과 판정을 받은 학생들에게 재교육과 두 번의 재시험 기회를 제공한다.교육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학생들을 시험 성적순으로 줄세우는 것은 문제점이 많다. 첫째, 다른 학생들을 협력할 동료라기 보다 경쟁자로 보기 쉽다. 그런데 사회에 나가면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일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학생때부터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중요하다. 둘째, 배움보다 성적이 더 중요하게 된다. 학교를 다니는 목적은 배우기 위한 것이지 성적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면 학교를 다니는 목적은 좋은 성적을 받는 것으로 바뀌기 쉽다. 그래서 배우는데 촛점을 맞추기 보다는 좋은 점수를 따는 전략, 예를 들어 효율적으로 문제푸는 방법 등에 더 집중하게 된다. 또 성적에만 초점을 두게 되면 단기암기에 집중하기 쉬워지고 시험이 끝나면 공부한 내용을 바로 잊기 쉽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게 되면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 배운 것을 이용하고 적용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시험 성적은 학생이 성공적인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여러가지 요소 중 일부 (지식)만을 보여줄 뿐이다. 가령 약사나 의사가 아무리 지식이 많더라도 환자와 효과적으로 소통할 줄 모르면 그 많은 지식은 환자치료에 별로 소용이 없을 것이다.이와같이 시험의 본질은 학생들이 최소한의 학업성취의 기준에 도달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는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는 교육을 시키는 곳인데 비교육적인 방법을 써서야 되겠는가? 사회에 나가면 학교 때 무슨 성적을 받았는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다 (환자가 의사나 약사에게 학창시절 A 받았느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시험 성적은 학생의 전체 능력의 일부일뿐이다.시험은 교습자가 세운 학습목표(learning objectives)를 학생들이 달성했느냐 – 학업성취도 - 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학교는 모든 수업에 교수가 설정한 학습목표를 학생들에게 미리 공지하고 교수는 학습목표에 따라 강의, 수업 자료를 만든다. 뿐만 아니라 교수가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 각 문항은 어떤 학습목표를 평가하는지 명시해야 하며 학생들에게 교부하는 시험성적표에 이를 포함시키고 있다.이처럼 학습목표는 중요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강조되어야 하지만 수업시간의 제약으로 충분히 다루지 못했을 수 있다. 또, 학습목표에 관련된 내용이 복잡하여 학생들에게 충분한 공부의 기회 (예를 들어, 자습문제)를 주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가 발생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학생들이 그 학습목표를 달성했는지 평가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공정 (fair)하지 않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문항의 난이도가 높거나 변별력 지표가 낮은 경우 그 항목은 전체 시험 성적에서 제외한다.<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3-08-01 10:27 |
[약대·약학] <111> 지역사회간호에 관한 논의에서 빠진 것 – 일차의료제공자
지역사회간호에 관한 논의에서 빠진 것 – 일차의료제공자 “AS님, 병원 차트에서 지난주 흉골 골절 진단을 받으신 것을 보았습니다. 거동이 많이 불편하실텐데 다음주에 예약된 재진전에 병원에 직접 오셔서 혈액검사를 받으실수 있으신지요?”“약사님,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AS는 50대 환자로 폐에 혈전이 발생하여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는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을 두 번이나 앓았다. 폐색전증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항응고제인 와파린 (warfarin)이라는 약을복용 중이다.와파린은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와파린의 효과가 너무 약하면 혈액응고가 생기기 쉽고, 효과가 너무 세면 출혈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또 와파린은 사람마다 적절한 용량이 다른데 혈액검사를 통하지 않고는 이를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뿐만 아니라 와파린은 음식, 같이 복용하는 약, 동반 질환 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와파린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6~12주마다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AS가 흉골 골절로 인해 병원을 방문해서 혈액검사를 받을 수 없다면? 난감했다. 이때, 난 병원 차트 시스템상에서 아직 안 읽은 메시지를 발견했다. AS의 일차의료제공자로부터 온 것이었다. ‘약사님, 함께 협진하고 있는 환자인 AS건으로 연락드립니다. AS가 지난주 흉골 골절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AS가 회복할 때까지 가정방문 간호사가 AS의 집에 직접 방문해서 혈액을 채취하도록 오더를 내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위의 AS 사례에서 보듯이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가정방문 간호사를 두고 있다. 이 간호사들은 환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서 채혈을 할 뿐만 아니라 간호에 관련된 다른 일, 예를 들어 혈압측정, 상처관리 등을 수행한다. 또,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의 가정의학과는 복합적 케어관리팀 (complex caremanagement team)을 별도로 운영한다. 간호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팀은 여러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 중 병원에 자주 입원하거나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환자들의 케어를 돕는다. 예를 들어, 복용하는 약이 너무 많거나 복잡해서 환자가 혼란스러워 하면 이 팀은 직접 환자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약 복용을 도와준다. 또, 환자가 재진 약속에 나타나지 않는 일이 잦으면 재진 약속에 맞추어 그 환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병원에 데리고 오기도 한다. 가정방문 간호사나 복합적 케어 관리팀이 환자의 집을 방문해서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오더가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의사의 오더가 있어야만 간호사는 환자의 집을 방문하고 그 오더에 따라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오더를 내는 의사는 AS의 사례에서 보듯이 일차의료제공자(primary care provider)이다. 일차의료제공자는 이 컬럼의 다른 글에서 소개했듯이 환자 치료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다. 즉, 환자 치료에 필요한 다른 전문의와 직역에 진료의뢰를 요청하고 이들간 협력을 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의 케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일차의료제공자는 가정방문 간호나 복합적 케어관리 오더를 내고 이들의 역할을 모니터한다. 우리나라도 상급종합병원들은 가정방문간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한 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의사들이 자기 진료과 소관이 아닌 질환에는 가정간호 의뢰서 발급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흡기내과에서 폐렴 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자가 자택에서 욕창이 생기면 욕창 처치를 위한 방문간호 의뢰서를 써주지 않아 환자는 성형외과 등에서 새로 진료를 봐야 하고 이에 따른 외래 예약에만 2주 이상 걸려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호흡기내과 등 병원입원팀은 폐렴과 같이 입원이 필요한 특정 질병의 치료만을 담당한다. 그 입원팀은 환자가 입원하기 전에는 그 환자를 돌본 적이 없을 수 있다. 그래서 입원중 담당했던 의료팀이 환자의 퇴원 후까지 효과적으로 돌봐 줄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 일차의료제공자는 환자를 오랜기간 보아온 주치의로서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일차의료제공자가 퇴원후 환자의 돌봄을 주도하고 조정하는 책임을 맡는 것이 효과적이다.따라서, 위의 폐렴 치료를 받고 퇴원한, 욕창의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일차의료제공자가 있다면 일차의료제공자의 판단하에, 또는 입원팀과의 협의하에 가정방문간호 오더를 내고 욕창발생 여부를 모니터할 것이다. 글의 서두에서 기술한 AS의 일차의료제공자가 채혈을 위해 가정방문간호 오더를 내었듯이 말이다. 이러한 일차의료제공자의 역할은 상급병원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미국은 간호사들을 고용한 사설 가정돌봄간호서비스 (home care nursing service) 업체들이 많다. 환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의사의 의뢰서, 즉 오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오더를내는 의사는 환자의 일차의료제공자이다.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가정돌봄간호 서비스 업체들이 있고 (우리나라는 이를 방문간호라고 부른다) 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의사의 오더가 필요하다. 그런데, 환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행위별로 수가를 주는 현행 우리나라 건강보험 지불제도하에서 어떤 병원이 직접 관련이 없는 간호업체에 방문간호 서비스를 의뢰한다면 환자를 직접 보지 못하여 병원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는 일차의료제공자가 없다는 것도 또 다른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이상과 같이, 환자가 병원내 가정방문간호 서비스와 병원외 사설 가정간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오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오더는 환자를 가장 잘 알고 환자 치료의 콘트롤 타워인 일차의료제공자가 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따라서, 가정간호 등 지역사회 간호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환자의 치료결과를 증진시키기 위한 논의에 일차의료제공자 제도의 도입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2023-06-30 17: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