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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리니칼, 종양학에서 가속 승인 제도: 신속성과 과학적 엄밀성의 균형
종양학 신약개발에서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AA) 제도는 허가 속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을 넘어, 전체 생존(overall survival, OS) 이전 단계에서 임상적 유익(clinical benefit)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는 규제 과학의 기준 변화를 반영한 제도로 평가된다. 확증적 임상 3상이 통상 수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예후가 불량한 암 환자에게 조기 치료 접근을 허용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다.글로벌 CRO 리니칼(Linical) 줄리 로젠버그(Julie Rosenberg) 종양학 사업부 총괄(의학박사,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가속 승인 제도의 핵심으로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전체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 반응지속기간(duration of response, DoR) 등 대리결과변수(surrogate endpoints)의 활용을 꼽았다.이 지표들은 일부 전이성 암이나 치료 옵션이 제한된 환경에서 환자 증상 조절과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돼 왔으며, 조기 승인 근거로 기능해 왔다. 다만 가속 승인은 시판 후 확증 임상시험을 통해 실제 임상적 유익을 입증해야 한다. 실패할 경우 승인 철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엄격한 검증을 전제로 한다.팔보시클립(Palbociclib)과 이보시데닙(Ivosidenib) 사례는 명확한 환자군 정의와 바이오마커 기반 전략이 결합될 경우, 대리결과변수 기반 승인도 충분한 규제적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반면 대리결과지표가 질환 특이적 맥락, 생물학적 개연성, 충분히 축적된 임상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장기적인 임상적 유익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FDA는 최근 확증 임상시험을 승인 시점부터 착수하도록 요구하는 등,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2013~2023년 가속 승인 사례 중 절반 이하만이 최종적으로 임상적 유익성을 입증했다. 이 점은 규제 경로 자체의 한계라기보다 임상 개발 전략과 운영 실행 완성도의 문제를 드러낸다는 평가다.로젠버그 박사는 가속 승인 경로를 고려하는 기업일수록 개발 초기 단계부터 대리결과지표의 과학적 타당성과 확증 임상시험의 실행 가능성을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종양학에서 가속 승인 제도: 신속성과 과학적 엄밀성의 균형(Accelerated Approval Pathways in Oncology: Balancing Speed and Scientific Rigor)’줄리 로젠버그(Julie Rosenberg) 박사 주요 경력.·Linical, Head of the Oncology Franchise·Pfizer, Global Asset Leader(Oncology/Biosimilars)·Bayer, Global Clinical Leader(Oncology)·Bristol-Myers Squibb, Director(Oncology Global Clinical Research)·Boehringer Ingelheim, Associate Director(Global Pharmacovigilance)암 치료제 개발 분야는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제도의 도입을 통해 중대한 변화를 겪어 왔으며, 생명을 위협하는 악성 종양을 가진 환자들에게 유망한 치료제가 도달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이러한 규제 메커니즘은 FDA에서 마련되고 국제 규제 기관들에서도 채택됐으며, 전통적으로 전체 생존(OS) 개선을 입증하는 3상 시험을 요구하던 기존 승인 절차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규제 체계 및 과학적 근거가속 승인 제도는 21 CFR 314.510에 명시된 FDA 가속 승인 프로그램(AAP)을 통해 제도화됐으며, 이는 임상적 유익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리결과변수(surrogate endpoint)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 승인을 가능하게 한다. 종양학에서 이러한 대리결과변수는 일반적으로 전체 생존 대신 무진행 생존기간(PFS), 전체 반응률(ORR), 반응지속기간(DoR)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접근의 과학적 전제는 예비 데이터에서 상당한 치료 효과가 관찰될 경우,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암 환자들이 긴 시간이 소요되는 3상 무작위배정, 대조군 임상시험 결과를 기다릴 수 없다는 점에 기반한다.가속 승인을 받은 의약품은 승인 이후 임상적 유익을 검증하기 위한 후속 연구 수행 의무를 가진다. 이러한 조건부 승인은 완전 승인 전까지 스폰서가 확증 임상시험(Confirmatory Trial)의 프로토콜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며, 엄격한 임상 조사를 통해 치료 효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한다.임상 근거 및 대리결과변수 검증가속 승인에서 대리결과변수를 활용할 때는 이것이 실제로 의미 있는 임상 결과를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 특히 전이성 질환 등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PFS는 환자에게 유익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palbociclib(Ibrance®)은 PFS 개선을 근거로 획기적인 가속 승인을 받은 사례다.PALOMA-1(Palbociclib: Ongoing Trials in the Management of Breast Cancer) 2상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은 폐경 후 ER 양성, HER2 음성의 국소 진행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palbociclib + 레트로졸 병용요법이 레트로졸 단독요법 대비 PFS를 유의하게 연장하여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전체 반응률(ORR) 또한 희귀암이나 여러 차례 치료를 받은 환자군처럼 전통적 지표를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 중요한 대리결과변수로 활용된다. Ivosidenib(Tibsovo®)은 IDH1 변이가 있는 재발 또는 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환자를 대상으로 한 AG120-C-001 공개 단일군 1상 시험에서 30%의 ORR을 보여 가속 승인을 받았다(3). IDH1 유전자의 변이는 전 세계 AML 환자의 2~14%에서 발생하며, 이 가속 승인은 중요한 유전적 하위 집단을 대상으로 한 사례였다.가속 승인 제도의 핵심 우려 사항AAP는 종양학과 희귀질환 치료에 큰 발전을 가져왔지만, 일부 사례에서는 높은 약가, 지연되는 확증 임상시험, 임상적 이득의 불확실성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가속 승인 약물은 환자 치료 가치가 높아 시장에 높은 가격으로 출시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스폰서가 승인 후 필수 임상시험을 지연하는 경우 약물의 실제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DA는 최근 가속 승인 시점에 이미 확증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어야 한다는 권한을 확보했다.또한 2013~2023년 사이 가속 승인을 받은 129개 암 치료제-적응증 쌍을 평가한 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5년 이상 추적 가능한 46개 적응증 중 절반 미만인 20개(43%)에서 확증 임상시험을 통해 임상적 유익이 입증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리결과변수 기반 승인 방식이 유용하지만 동시에 장기적 임상 이득을 일관되게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임상 현장에서의 영향AAP는 임상 의사결정에 새로운 복잡성을 야기한다. 의료진은 대리결과변수를 근거로 한 효능 데이터를 해석해야 하며, 환자에게 장기적 유익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또한 조건부 승인이라는 특성상 안전성 및 효능에 관한 새로운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므로 향후 치료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요약 및 향후 고려 사항AAP는 심각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임상적 유익을 예측할 수 있는 초기 근거를 기반으로 약물을 조기에 승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근거는 적절히 통제된 임상시험에서 도출되며, 대리결과변수가 임상적 유익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향후 AAP는 실제임상근거(RWE) 활용, 적응형 임상시험 설계 등을 통해 규제 결정의 근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 선택과 정밀의료 접근의 통합은 대리결과변수의 예측 정확성을 높이는 동시에 혁신적 치료제에 대한 신속한 접근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레퍼런스1. https://www.ecfr.gov/current/title-21/chapter-I/subchapter-D/part-314/subpart-H/section-314.5102. Finn, Crown, Lang et al. Lancet Oncol 2015;16:25-35.3. Roboz GJ, DiNardo CD, Stein EM, et al. Blood 2020;135:463–471.4. Liu ITT, Kesselheim AS, Cliff ERS. JAMA. 2024;331(17):1471–1479.아티클 원문‘Accelerated Approval Pathways in Oncology: Balancing Speed and Scientific Rigor’, Julie Rosenberg, MD, Linical (November 13, 2025). 리니칼은 2005년 일본에서 설립된 글로벌 CRO로, 일본 본사를 중심으로 북미·유럽·아시아태평양 등 약 20개 국가에 사무소를 운영하며 초기 임상부터 다국적 대규모 임상시험까지 전 주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종양학을 비롯해 신경학·정신의학, 면역학·백신, 내분비·대사질환 등 I~IV상 임상시험에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지사인 리니칼코리아는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해있다.
권혁진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