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독점생산 주사제 공급 거절한 녹십자 ‘시정 명령’
녹십자가 독점 생산·판매 의약품인 ‘정주용 헤파빅(10㎖)’의 도매상 공급요청 거절로 공정위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는 독점 생산·판매 의약품인 정주용 헤파빅(10㎖)에 대해 도매상의 공급요청을 부당하게 거절한 ㈜녹십자(이하 ‘녹십자’)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정주용(정맥주사용) 헤파빅(10㎖)은 간이식 환자가 B형 간염에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혈액제제 의약품으로, B형 간염 항체가 생성되지 않은 간이식 환자에게 평생 투약해야 하며 현재 국내에 대체 의약품 없는 의약품이다.
의약품 도매상 A는 지난 2010년 2월 26일 서울대병원 정주용 헤파빅 구매입찰에서 낙찰자로 결정되어 1년간의 납품계약을 체결, 보험기준가 248,000원에서 2.3% 할인된 242,296원으로 총 33,600Vial의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주용 헤파빅의 국내 독점 생산·공급자인 녹십자는 물량이 한정되어 추가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공급요청을 거절, A는 도매시장에서 다른 도매상 B와의 거래를 통해 조달·공급했다.
그러나 헤파빅의 물량이 전년도 초과생산량(63,622Vial) 존재했고 페널티 없이 물량조정 가능한 계약 특성, 수시로 소량씩 공급하는 방식 등을 고려한 결과, 공정위는 공급여력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제재조치를 내리게 된 것이다.
A도매상은 녹십자가 의약품을 공급하지 않아 낙찰가 242,296원(할인율 2.3%,) 보다 더 비싸게 B도매상에 248,000원(할인율 0%)에 구매하는 한편, 납품지연 배상금을 지급하는 등 총 1억 5천여만원 상당의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
또, 서울대병원은 납품이 지연되자 일부 물량(1,500Vial)을 당초 낙찰가격 242,296원(할인율 2.3%)보다 높은 가격인 247,760원(할인율 0.5%)에 수의계약으로 구입했다.
이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녹십자가 독점생산 의약품 공급과 관련해 의약품 도매상의 공급요청을 부당하게 거절하는 행위를 금지토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녹십자가 공급 거절로 부당이득을 얻었다거나 거래상대방이 입은 피해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향후 금지명령만으로도 공정거래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 유사 심결례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대형병원 의약품 공급 시 특정 도매상 위주의 거래를 통해 제약업체가 의약품 유통시장의 경쟁을 억제하고 약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독점적 지위에 있는 제약업체가 병원의 의약품 경쟁입찰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켜 다년간 병원별 특정 도매상이 고착화될 경우, 경쟁제한 및 소비자이익 침해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의약품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도매상들의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되며, 병원은 낮은 가격에 의약품을 구매하게 되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
또한 유사하게 발생할 수 있는 생명을 담보로 한 의약품에 대한 제약사의 공급거부행위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재경
2013.08.20